"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27 15:1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인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 개인전 열어…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오픈전, 서울서 동시에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b.1964)의 개인전이 상하이와 서울 아라리오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이달 29일 상하이에 새 공간을 여는 아라리오갤러리는, 그 첫 전시로 수보드 굽타의 대형 설치와 조각, 대형 회화 등 굵직한 역작들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다음달 9월 1일 열리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에서는 수보드 굽타가 평생을 인도에 거주하며 경험한 인도인들의 삶과 애환, 일상과 문화 속에 녹아있는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을 현대미술 언어로 치환된 작품들을 보여준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그는 인도성을 상징하는 이미지,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사용해 드라마틱한 기념비적 조각들을 만들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인도의 유명작가다. 파트나 미술 대학(1983-1988)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뉴델리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주요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아 왔으며, 아시아·유럽·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최근 2012년 인도 키란나다 미술관과 2014년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또한 2014년 일본 삿포로 국제예술제, 모나코 그리말디포룸에서 열린 피노 컬렉션 전시, 2013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 '이 것은 분수가 아니다(This is Not a Fountain)'는 인도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수천 개의 헌 놋그릇과 요리 도구들로 만들어졌다. 쓰다 버린 유텐실을 쌓아올린 더미 위로 솟아있는 스무 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이 분수 작품은, 이미지와 언어, 실재의 불일치를 다룬 르네 마그리뜨의 작품 '이 것은 파이프가 아니다(This is Not a Pipe)'를 연상시킨다. 한 때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음식을 담던 낡은 그릇들 위로 끊임없이 샘솟는 분수는, 생명의 근원인 물조차 함부로 마실 수 없게 만든 계급사회에 대한 서글픈 은유이자 희망의 상징물이다.

상하이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10월 26일까지 대형설치·조각·회화 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역동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설치 작품인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를 공개하며, 금빛으로 빛나는 하트 형태의 화려한 대형 조각 '러브'와 3미터 크기의 대형 회화 등 수보드 굽타의 가장 중요한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 수보드 굽타는 '음식'이 이동하는 수단과 그에 따른 문화의 전도현상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도시락 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들고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은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일 뿐 아니라 지금도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며, 그의 작품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 개의 불렛(Two Bullets)'이라는 작품은 영국 정통클래식 바이크사인 로얄 엔필드(Royal Enfields)의 가장 오래된 제품인 불렛(Bullet)을 브론즈로 캐스팅한 뒤, 크롬으로 정교하게 도금한 우유병들을 매달아 놓은 작품이다.로얄 엔필드는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기에 설립돼 2차대전 이후 인도 육군과 경찰이 가장 많이 사용했던 역사적인 상징이 담긴 모터싸이클 회사다. 이들은 인도에 공장을 짓고 운영하다 영국 경제의 하락과 함께 인도 자회사에 매각됐는데, 이후 인도에서 13억 인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음은 물론, 영국으로 역수출까지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문화전복현상의 아이콘이 됐다.물과 우유를 가득 싣고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뒤뚱거리며 매캐한 인도의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은 견고하고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져 외국의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화려한 경제발전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다수의 인도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에 대한 경외의 시선이며,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양상이다.

한편, 서울 아라리오갤러리(종로구 소격동 위치)에서는 10월 5일까지 조각 5점, 회화 30 여 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30여 점의 음식 페인팅과 더불어, 인도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과 우유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만든 '두 개의 불렛', 대리석으로 된 기름을 담는 드럼통, 작은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는 상징적인 오브제 등을 전시함으로써 인간의 음식 문화에 녹아있는 정치·종교·사회적 이데올로기들을 작가는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한다.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다룬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의 감수성을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