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엽 계명대 동산병원장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이 10월 1일로 개원 115주년을 맞았다.
미국 의료선교사들이 '제중원(濟衆院)'이란 이름의 조그만 서구식 진료소를 시작으로 영남지역에서 최초로 서양의학을 도입해 시술을 했으며, 개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의료역사와 발전을 이끌어 왔다.
또 수많은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는데, 이제 115주년을 맞아 동산의료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로 선교사들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지나온 역사를 바탕으로 새 병원을 건립하는 것.
동산의료원 새 병원 건립은 앞으로의 미래가 걸린만큼 병원 임직원 모두가 하나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임직원 가운데서도 새 병원 건립에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세엽 동산병원장. 이세엽 병원장은 "새 병원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첨단 의료시설이 어우러진 '감동의 손길이 함께하는 치유동산'을 컨셉으로 한다"며 "환자가 입원부터 퇴원까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엽 병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구한말 태평양을 건너 대구에 온 선교사들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병원이나 학교, 교회를 세웠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대구·경북 최초의 근대의료 출발지이자 115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 대표 병원이다.
1899년 존슨(Dr. Woodbridge O. Johnson) 의사 선교사가 '제중원'을 세우고 진료를 시작해 당시 만연한 나병·풍토병·전염병 등 보건계몽활동으로 우리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함께 했다.
최초의 서양의학 교육, 최초 제왕절개, 최초의 서양사과나무 보급 등 대구에 '최초'라고 기억될 위대한 사건들이 '제중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현재 선교사 주택은 의료선교박물관으로 개관해 대구의 상징적 의미가 되고 있다.
또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외국인환자 유치 우수의료기관으로서 선정돼 대구의 위상을 높이고 의료관광 한류의 대표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암센터·심혈관센터·뇌혈관센터·소화기센터·장기이식센터 등 전문진료센터가 활발히 조직돼 각 분야 우수한 의료진들이 협진과 연구로 높은 치료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최초로 소아응급센터를 개소해 대구가 소아 안전도시로 거듭나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센터 의료진들이 획기적인 성과들을 속속 내고 있다. 부인과 영역의 단일공 수술을 국내 최다 시행중이고, 심장판막질환의 로봇수술, 폐암의 로봇수술, 대장암 단일공 로봇수술의 새로운 수술법 개발 등 최소침습수술의 정점에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어 기쁘다.
이밖에 암환자들을 위해 발빠르게 다학제 통합진료를 시작했다. 이는 철저히 환자중심의 진료시스템이며, 현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이번 개원 115주년을 계기로 동산병원은 더욱 단단히 다져지고,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Q.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결과 종합보고서에서 대구·경북 최고라는 우수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의료계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던데.
최근 심평원이 발표한 '2013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결과 종합보고서'에서 동산병원이 전체 14개 평가항목 가운데 11개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아 대구·경북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한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10위에 해당된다. 10위권 내에는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대부분이 수도권 병원들이며, 지역에서는 충북대병원과 동산병원만이 포함돼 지역 의료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는 병원의 외형적 규모가 아닌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성적표이며, 정부 주도의 평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산병원은 급성심근경색증·관상동맥우회술·대장암·유방암·수술 예방적 항생제·고관절치환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주사제처방률·급성상기도염 항생제 처방률·유소아중이염항생제·외래처방약품비 등 11개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시설·장비 등 외형적인 평가가 아니라 의료의 질과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정부주도의 평가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지역의료계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산병원이 의료의 질에 있어 전국 최상위권으로 평가받음으로써 메디시티 대구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Q. 동산병원은 외국인환자 유치 우수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상도 받았다. 의료관광 선두주자로서 어떤 계획이 있나?
대구시는 대구를 메디시티로 브랜드화 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견인차 역할을 동산병원이 하고 있다.
동산병원은 1960년대부터 미군 환자를 진료해 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국제의료센터가 외국인 진료를 책임지고 있어 동산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2010년부터 대구 최초로 의료관광사업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의료관광 활성화에 노력중이다. 90년대부터 적극 실시해 온 해외의료봉사가 밑거름이 돼 96년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동산병원을 운영 중이고, 지난해 원격진료를 시작해 의료관광객의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가능해졌다.
알마티동산병원 내에 대구시와 함께 '메디시티 대구 의료관광 홍보관'도 문을 열었고, 이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겨냥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는데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 의사를 러시아어권 담당 코디네이터로 채용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 이어 러시아 환자도 보험 대행 업무를 시행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언어권별 전담 코디네이터 지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회의, 국제스포츠대회 등 국제행사에 의료협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병원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힘을 보태겠다.
환자뿐 아니라 해외의사들도 연수 러쉬다. 최근 러시아 캄차카 의사들이 동산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법을 연수받는가 하면, 동산병원 의사들이 카자흐스탄에 가서 첨단 뇌혈관 수술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초청받아 현지에서 미용·재건 성형수술을 실시한 바 있으며, 타지키스탄·중국·인도·네팔·대만·홍콩·싱가폴·우간다 등 세계 각국 의사들의 요청으로 연수가 이어지고 있다.
Q. 동산병원은 메디시티 대구를 대표하는 대학병원으로서 새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향후 발전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동산병원은 지나온 역사를 바탕으로 새 병원 건립을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업이며, 우리의 미래가 걸린 과제이다.
새 병원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첨단 의료시설이 어우러진 '감동의 손길이 함께하는 치유동산'을 컨셉으로 한다.
먼저, 의대·간호대·의과학연구동은 2009년 이전했고, 2012년 새병원 기공식을 갖고 현재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내에 새병원 공사가 한창이다. 새 병원은 지하 5층, 지상 20층, 1033병상 규모의 지역 최대시설로 건축되며, 생명과학·의학·약학·의용공학·간호학이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국내 의료메카로 크게 부상하리라 기대된다.
또 국내 최초로 에너지 절약형에 친환경 건축물임을 인증받는 LEED 인증을 비롯해 의료의 안정성과 질을 보장하는 JCI인증 획득을 목표로 설계돼글로벌 병원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춘다.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개실형(1인실) 집중치료실은 감염방지와 환자안전을 최대한 고려한 신개념 환자중심 시스템이다.
앞으로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심장센터·뇌혈관센터·부인암센터 등 수준 높은 특성화 전문진료센터를 집중 강화하고, 로봇수술센터·원격의료센터·의료관광산업 등 첨단의료분야에 앞서나감으로써 서울 대형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던 지역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환자 중심병원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동산병원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115년 역사를 함께 해 왔듯이 앞으로도 사랑의 동행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동산병원은 성서시대의 또 다른 역사를 꿈꾸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있다. 동산병원이 만들어갈 새로운 백년대계로 전 구성원이 설레는 마음이다.
Q. 동산병원장으로서 앞으로 병원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실건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동산병원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변화와 대외적으로 의료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으며 병원들간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동산병원 역사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동산병원이 꿈꾸는 새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병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 모두가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현재 외부 전문 컨설팅 회사와 함께 중장기 경영혁신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겉모습만 새병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 건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시스템과 구성원 모두가 새롭게 변화하고 발전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게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 현재 모든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하며, 완성된 상태로 새병원으로 이전하기를 소망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산병원을 통해 환자와 직원이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모든 의료진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환자를 내 가족처럼 정성껏 모시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병원이 되길 원한다.
또 병원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하며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도 앞장설 것이다. 동산병원은 1921년부터 전직원이 급여의 1%를 봉사기금으로 기부하는 '1% 사랑나누기'가 이어져 왔다. 이 기금을 모아 국내는 물론 전세계의 어려운 이웃에게 의료봉사를 실천할 수 있었다. 의료를 통한 선교정신은 동산병원의 설립이념이자,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동산병원이 또 다른 백년대계를 위해 늘 고민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