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3 06:00 (토)
기획 생명의 두드림, 나눔의 어울림 '장기기증'
기획 생명의 두드림, 나눔의 어울림 '장기기증'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06 12:0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잇기-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공동기획 ③
사단법인 생명잇기와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는 생명나눔에 대한 긍정적 인식제고와 뇌사 추정자 발생 때 의료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뇌사장기기증 활성화 의료인 교육 홍보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해 한국장기기증원 등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의협신문>은 4회에 걸쳐 장기이식을 통해 숭고한 나눔을 펼치고 세상과 이별한 이들과 어느 누군가의 '선물'을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게재하면서 아름다운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사단법인 생명잇기는 2009년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은 단체로 대한이식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뇌사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잇기는 민간단체 홍보요원과 의료인을 위한 교육자료 개발 및 교육,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다<편집자>.

딸이 좋아하던 책으로 만든 '아신문고'

2013년 4월, 서른넷 꽃다운 나이의 그녀가 하늘나라로 갔다. 그녀의 사고 소식에 가슴이 무너진 부모님은 어찌할 줄을 모르다 장기기증이라는 아름다운 선택을 했다.

평소 딸이 아끼고 좋아하던 책을 강원도 정선에 있는 여량고등학교에 기증해 '아신문고'를 만들고 매년 새로 나온 책을 챙겨서 보내주고 있는 아버지. 딸이 세상을 떠난 지 10여 개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장기기증을 안했더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송아신 씨의 부모님은 20여 년 전 이미 기증희망을 했고 아신 씨도 평소에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니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고 그래도 아버지는 생명이 이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딸을 한줌의 재로 남게 하기 보다는 누군가를 통해서 딸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딸을 붙들고 싶은 마음에 누군가를 살린다는 뜻을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신이 있다면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칭찬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정했더니 기증 후에 그렇게 반대를 하던 아내가 오히려 칭찬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내 앞에서 차마 울 수가 없어 혼자 시골집에 내려가 술독에 빠져 지내며 많이 울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주변에서 아내를 챙기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의 괴로운 심정을 누가 알았을까.

아버지는 아직도 아내가 걱정된다. 딸이 떠난 후 엄마도 언젠가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해서 늘 조심스럽다. 다행히 주변에서 아내를 잘 돌봐줘 하루빨리 극복해 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장기기증원에서 소개해줘 상담도 받고 기념일에는 딸 친구들에게 연락이 올 때도 있는데 그러면 아내는 여지없이 몸살을 앓는다. 아내의 경우는 딸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져 상처가 되는 것 같다.

아신 씨는 책을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 교내외 백일장의 대표선수였고 글쓰기로 많은 상을 타왔다. 성격도 다정다감했다.

강아지 얘기부터 동생 얘기까지, 아버지가 부산에 있을 때 보낸 구구절절한 편지들도 한가득이다. 아버지에게 딸이란 존재는 특별하고 큰 기쁨이었다. 아들이 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딸의 마음속에는 아름답고 긍휼한 마음이 있었다. 유기견을 데려와 기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도 베푸는 아이였다. 일해서 번 돈도 죄다 남을 위해서 썼다. 집에서 자고 가는 후배도 많았고 쪽방촌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대학 다닐 때는 국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시도 썼는데, 교수님이 그 시로 수업을 했다고도 한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자신이 읽은 책을 가지고 한국에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가서 사인을 받아왔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소질이 있어서 많은 습작들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걸 다 챙겨 놓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딸이 떠난 후 흔적을 빨리 지우는 게 좋다고 해서 아버지는 매일 딸의 물건을 정리했다. 집에 책이 참 많았는데 30권씩 묶다보니 양이 엄청났다. 사흘째 내다 버리던 중 남에게 주지 왜 버리냐는 친구의 말에 나머지 28박스를 산골 꼭 필요한 곳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딸이 읽던 책들은 종교·철학·경제 등 장르가 다양했다. 아신도서관이 방치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처음 기증한 3000권에 해마다 신간 도서를 계속 추가해 모두 5000권을 목표로 기증하며 관리 할 예정이다.

강원도 정선은 부부가 자주 여행을 하던 곳인데 혜택을 많이 못 받는 지역이다 보니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꼭 필요한 곳이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딸의 정서와도 맞아 떨어졌고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이 많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필요하다면 마을 주민들에게도 열람을 개방하겠다고 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아신 씨의 장기기증 후 아버지가 추모 게시판에 글을 썼다. 아버지는 사실 딸에게 너무 엄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상을 많이 탔던 딸을 위해 동네잔치라도 벌여야 할 판인데 다른 걸 요구하곤 했다. 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칭찬 받고 싶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후회가 되고 가슴이 미어진다.

딸에게 감정표현이 서툴렀던 자신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지난 설에는 정말 많은 전화와 문자를 받았는데 친척들은 대부분 정말 감동받았다는 것이다. 기증이 얼마나 인간과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 전에는 몰랐는데 아버지도 딸을 통해 새롭게 배웠다. 딸이 떠나면서 가르쳐준 것은 배려이다.

유가족 입장에서 정부나 한국장기기증원에 건의할 것이 있다. 아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수혜자를 만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안 되지만 지금 아내에게 가장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딸의 장기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너무 간절하다.

딸 아이 대신 누군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그게 안 된다면 한국장기기증원을 통해서 기념일 같은 날 선물만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저 성의표시를 할 수 있는 창구만 마련되더라도 내 자식이 살아 있다는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딸은 스승이다. 일을 겪고 보니 새삼 주변 사람들이 소중해지고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봉사하며 살고 싶다.

가족의 장기기증을 먼저 한 경험자로, 이제 막 장기기증을 하며 가족을 떠나보내고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위로도 해주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딸이 가르쳐 준 것이다. 장기기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이자 최상의 배려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