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 만원짜리 의료장비 들여놓고 수술실적 '0'건
감사원 "예산낭비 없도록 사후관리 지침 마련해야"
매년 지역거점공공병원에 의료장비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공공의료체계 구축 관리실태 보고서에서 "다수의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필요 이상의 장비를 구입하거나, 구입하고도 활용하지 않아 구입한 의료장비가 사장되는 등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의 2012년 의료장비 구입액은 641억원에 이르며, 장비 구입 중 536억원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 매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강릉의료원 등 38개 지역거점공공병원은 의료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우선순위와 규격 결정기준 등 심의를 위한 기본적인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특정업체의 제품 규격서 내용을 그대로 구매대상 의료장비 규격으로 결정해 '수요사양'으로 공고하는 등 사실상 경쟁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었다. 마산의료원 등 6개 병원에서는 의료장비에 대한 필요성과 수익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구매했다.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2010년과 2011년 구매한 수익성 의료장비를 2012년 사용 횟수를 비교해볼 때, 100회 미만인 의료장비 85대 중 69대(81%)는 예상 이용건수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의료장비를 구매 후 활용이 부진한 장비에 대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용횟수가 100회 미만인 85대의 수익성 의료장비를 대상으로 장비 운용 손익을 분석한 결과, 운용수익이 당해 연도의 감가상각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장비의 재료비, 수선유지비 등을 제외하고도 매년 6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이 교체된 후 의료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상주적십자병원에서는 2011년 6월 전립선전기치료기를 5700만원에 구입해 2011년 하반기 5건의 전립선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장비구매를 요청한 의사가 퇴직하고 후임자가 임용된 이후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지난해 10월까지 1년 7개월간 사용실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폐쇄 진료과의 의료장비 9종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강릉의료원에서는 2008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미백, 기미제고 시술을 위한 고주파치료기 등 총 3000여만원의 의료장비 2종을 구입했다. 그러나 고령환자 비율이 높은 지방의료원의 특성상 구입한 의료장비에 대한 수요가 적어, 고주파치료기의 경우 2011년 10월까지 총 3회에 이용실적에 그쳤다.
이후 이런 의료장비를 운용하는 과를 폐쇄하고, 재개설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2013년 10월까지 의료장비를 그대로 방치했다.
감사원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운영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제대로된 지도와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조치사항으로 의료장비 구입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의료장비 도입 심의와 사후관리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