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경쟁 속 수술 100건씩 느는 비결은…"

"대형병원 경쟁 속 수술 100건씩 느는 비결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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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현 건국대의료원장 겸 건대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양정현 건국대의료원장은 "건국대병원으로 온 뒤 환자와의 교감이 훨씬 깊어졌다"고 말했다.
해마다 어려워지는 의료현실 속에서도 건국대학교병원의 성장세는 꾸준한 편이다. 2005년 새로이 개원하면서 스타교수를 잇따라 영입해 인지도를 높인 병원은 2012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후 전국구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양정현 건국대의료원장이 지휘하는 유방암·갑상선암센터는 짧은 기간 안에 안착해 병원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분야로 손꼽힌다.

센터는 2012년 10월 여성환자를 위한 별도 진료실과 최첨단 검사실을 갖춰 문을 열어 그 해 유방암수술 300례, 지난해 400례를 돌파했다. 이전까지 200~250례를 시행한 것에 비하면 해마다 100례 이상 수술건수가 늘어난 셈이다.

치열한 대형병원 틈바구니에서 환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건대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양정현 센터장은 "큰 병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여기 와서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며 환자와의 교감에 기반한 운영 철학과 소회를 밝혔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양 센터장은 18년여간 삼성의료원에서 유방암 명의로 명성을 날리다 2011년 6월부터 건국대병원에 재직하고 있다.

-건대병원에 오신지 3년이 지났습니다. 진료하랴, 의료원장 업무 소화하랴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다음 직장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3년을 돌아보면 나름대로 잘 적응한 것 같아요. 삼성에서 익숙했던 진료절차나 환자들을 떠나올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건대병원의 문화와 이전 경험을 접목시켜 보람 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료원장을 맡고 나서도 수술일정은 그대로예요. 본업이 의사이니 보직이 있다고 해서 진료를 줄이거나 하진 않습니다. 대신 회의는 일찍 시작하거나 아예 늦게 해 근무시간이 깁니다. 보통 아침 6시 반에서 7시쯤 출근해 저녁 7~8시쯤 병원을 나서는 날이 많죠."

-한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유방암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간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되, 되도록 편안하게 계실 수 있는 센터를 모토로 부지런히 움직여왔습니다. 유방외과를 비롯해 방사선종양학과와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를 한 데 모아 다학제 치료시스템을 일찌감치 구축했고, 여성환자를 위한 전용병동을 51병상 개설하기도 했고요.

유방암 환자의 경우 회진 때 병실에서 유방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커튼을 쳐도 남성환자가 같이 있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용병동이 생기고 나서 반응이 좋습니다."

-센터화가 되면서 시스템도 개선됐겠지만 연 100건 이상씩 오르는 유방암 수술건수는 괄목할 만합니다. 교수님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3년 전 건대를 선택할 때 모든 걸 새로 시작할 결심으로 왔습니다. 병원 옮긴다고 환자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하거나, 엽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죠. 환자들의 의식도 예전과는 달라서 의사가 간다고 해서 반드시 따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병원이 서로 경쟁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금 상황에서 결국 판단은 환자들의 몫이에요. 어느 병원이 잘하고 있는지 명성이나 입소문을 듣고 꼼꼼히 따져보는 겁니다. 저희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는 환자 10명 중 7~8명은 가슴 절제 없이 유방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해 만족도가 높습니다. 1년에 100건을 증가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믿어주고 신뢰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얘기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대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만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요즘은 1000병상을 훌쩍 넘는 병원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큰 병원이 무조건 좋은 병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의료진과 환자가 더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처음 환자와 대화할 때부터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다 감독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랄까.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시간도 훨씬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대형병원 암병원은 다소 공장같이 느껴질 수 있어요. 수술하는 사람은 수술만, 항암치료하는 사람은 항암치료만 하고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가다 보니 늘 대화가 부족하죠."

-40년 이상 환자를 본 베테랑 의사로서 가진 노하우도 남다를 듯합니다.
"오랜 기간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철학이란 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환자편이 되면 다 해답이 보인다는 거예요. 환자가 증상이나 불편을 얘기하는 걸 ‘왜 저렇게 표현할까’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답이 보입니다. 모든 이치가 사실 그렇죠. 그런 철학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설사 나쁜 결과가 있더라도 환자들이 그렇게 불만스럽게 얘기하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가령 조기암환자가 예상치 않게 빨리 재발하면 설명하기 힘들 때가 있고, 환자로서는 의사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럴 때 하루 한 번 회진할 거 두 번 하고, 두 번 할 거 네 번 해주고.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해주면 똑같은 치료라도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어요. 평범한 듯 하면서도 어려운 방법이지만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센터 운영 계획과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자와 의료진이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최적의 치료를 하는 센터로 목표를 잡고 있고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뤄 뿌듯합니다. 다만 아직 연구 역량이 부족한 점은 아쉬워요. 모자라는 연구분야를 적극 발전시키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유방암 연구내지 치료분야가 상당히 선진화돼있고 뒤떨어져있지 않지만, 세계 톱클래스가 되고, 신약개발 같은 부분에서 좀 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꿈인데 저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후학을 양성하면서 그 동안 노하우를 담은 교과서나 책을 발간할 구상도 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암환자들의 힐링을 연주하는 지휘자로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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