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치유 위해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해야

'세월호' 치유 위해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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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 "국가지원·전문인력·소통 체계 구축 절실"
14일 '재난과 정신건강' 공청회..."재정지원 없으면 무용지물"

▲ 대한정신건강재단은 14일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정신건강, 심리, 간호, 사회복지 등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의협신문 김선경
'세월호'와 같은 대규모 재난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신적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대로된 정신건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정신학회와와 대한정신건강재단은 14일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재난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정신건강의학·심리·간호·사회복지·행정 등 관련 전문가와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에 공감대를 표했다. 하지만 센터 설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난 정신건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가지원 ▲전문인력 양성 ▲지역사회 정신건강 자원의 포괄적 조정 및 연계 ▲유기적인 협력 및 의사 소통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세월호 침몰 사태 이후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사례관리·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립 트라우마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사건 초기에 재난 심리지원은 소방방재청이, PTSD 치료는 보건복지부가 나눠맡고 있는 것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는 '정신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국내에 적합한 트라우마센터 모형을 만들기 위해 대한정신건강재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대한정신건강재단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이날 공청회는 문헌 고찰과 그동안 살펴본 미국·일본의 재난정신건강시스템에 관해 소개하고,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트라우마센터 모형은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

공청회에 참석한 실무진들은 "현재에도 다양한 정신보건사업과 정신보건기관들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지만 취약한 재정 지원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너무나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다"며 "트라우마센터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전문인력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참석자는 "행정적 성과와 눈에 보이는 사업에 치중하면서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며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본래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희숙 경북대 교수는 "보건복지부 이외에 정신건강사업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와 시도 공무원들이 보건의료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나 결정 과정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행정분야의 전문성 부재 문제를 지적한 뒤 "정신건강 문제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소영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세월호 사태 이후 정신건강과 심리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간 관할권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종합적인 트라우마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종합적인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역시 성인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현수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명지병원)은 "한 사건을 책임있게, 전체적으로 잘 관리한 경험을 통해 다른 재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안산에 설치하고, 국립서울병원에 기술지원단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중단되면 이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본인부담을 져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국립트라우마센터가 안산 뿐만 아니라 대구지하철 피해자를 비롯한 재난피해자와 범죄피해자 등에 대해서도 정신건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OO 씨는 "트라우마 피해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뜻"이라며 "유가족들이 정신건강의 문제 뿐만 아니라 내과와 외과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안산 센터와 종합병원을 연계해 지원해 주는 방안을 모색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위한 공청회 좌장을 맡은 채정호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
공청회 좌장을 맡은 채정호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치권과 정부가 국립트라우마센터 설립과 정신건강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정신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현장의 전문가들이 많은 조언을 해 달라"고 밝혔다.

채 위원장은 "여러 직역간의 네트워킹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만 정신건강관리체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 피해자들이 회복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그날까지 평생 함께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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