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에서는 다음달 11월 14일까지 중견 동양화가 이재열, 조동원의 신작을 소개하는 '사유의 숲'展을 열고 있다.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한 동양화적 표현기법을 사용해 최근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추상적이고 동양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이재열, 조동원 두 작가.
이재열은 캔버스 위에 붓질로 두꺼운 물감 층을 만들고 그 외곽이 마를 때쯤 물로 닦아내는 과정을 반복해 붓 자국 층을 캔버스 화면 위에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붓 작업을 통한 '선'을 그리는 행위이며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캔버스 위에 붓 자국 형상의 선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재열의 작업은 필묵에 의한 전통적인 동양회화 제작 방식은 아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동양적인 조형관과 심미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선'은 조형의 가장 근본 요소 중 하나로, 선을 그리고 지워가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예술의 근원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표현하는 것이다.
조동원은 농담의 깊이가 느껴지는 공간에 떠 있는 돌들을 섬세하게 그렸다. 예술가의 연륜이 느껴지는 필치로 표현된 돌들은 자연의 재료이면서 생명의 씨앗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러한 돌이 순환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가진 존재라고 말한다. 돌들이 떠있는 공간은 현실 공간인 듯 하면서 현실이적이지 않은 '심상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마치 정신적 에너지의 집약체가 존재하는 우주 공간과도 같다.
작가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일기를 쓰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작품은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예술가를 나타내는 분신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무한한 공간에 떠 있는 돌을 그리는 것은 곧 자연스러움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다. 조동원은 이러한 돌이 삶의 모습에 조용하지만 진지한 물음을 주는 말 없는 주체자이자 우리의 마음을 정돈하는 정화자라고 말한다.
수행자가 수행을 하듯, 예술 작업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사유의 과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이재열과 조동원의 작품은 그 자체가 예술가의 사유의 결과물이자 보는 이에게 성찰을 일으키는 매개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전시장을 거닐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마치 고요한 숲길을 사유하면서 걷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된다. 오늘 깊어가는 가을 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예술과 함께 사유의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