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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
"나는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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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의 사부곡
송일국 주연의 연극 '나는 너다'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죄를 물어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는 이유로 친일파·변절자라 불린다. 또한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가족과 일가 친척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다.

범 같은 아버지 밑에 개 같은 아들로 평생을 떠돈 준생, "나는 살아남은 죄밖에 없다"고 외친다. 구국의 영웅을 아버지로 두었지만 그로인해 힘겹게 목숨을 부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의 시점에서 이 연극은 그렇게 시작한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 기념 연극 '나는 너다'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31일 까지 새로 오픈한 압구정동 BBCH홀(구 BBC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10년 국립극장 하늘극장, 2011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돼 관객과 평단의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 이후 3년만에 다시 무대에 막을 오르는 이 연극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안중근의 삶을 조명하며, 연극적 상상력과 함께 안중근의 가족사를 꺼내놓는다.

원작자 정복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죽어간 이들에 대해 우리가 무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고 그들이 가슴에 품었던 상처나 꿈, 사랑까지도 고스란히 유전적으로 이어받고 있으니까…. 그것들을 기억하고 풀어감으로써 우리들도 다같이 좀더 단단해지고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제작과 연출은 윤석화가 주연은 송일국이 분해 열연을 펼친다. 특히 송일국은 극의 완성도를 위해 안중근·안준생 역 1인 2역할 단독 캐스팅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상반되고도 고통스런 삶을 심도 있고 진중한 연기로 풀어낼 예정이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다루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주로 안중근 의사의 애국심과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를 부각시킨 것에 반해 그는 혼돈의 시대 그 중심에 서있던 강인한 독립투사의 모습,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재조명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시계방향)송일국 , 박정자, 예수정, 배해선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옥중의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내용이다.

대의를 알고 곧고 바르게 아들을 키워낸 강직한 성품과 그 뒤에 가슴 아린 어미로서의 모습을 간직한 조 마리아 여사의 역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중성의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으로 현대연극 무대를 이끌어 온 배우 박정자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 탄탄한 연기력의 예수정이 맡아 무게감있는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역에는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분해 독립의사의 강인한 아내의 모습과 그 뒤에서 굴절된 삶을 살아야 했던 애절하고 심도 깊은 연기를 펼친다.

준생은 "가족을 버리고, 아들을 버리고 '민족'을 택했던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외친다. 그림자처럼 준생의 뒤를 따라다니던 아버지의 혼은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해서"라고 아들에게 답한다. 오랜 미망 속에서 깨어난 준생…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외친다.

연극 '나는너다'는 단지 민족 영웅을 찬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친일파로 훼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의 삶을 들어내 놓음으로써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희망의 방향을 제시한다.

안중근의 실천과 정신을 기억하며 그 뜻으로 안중근을 꿈꿀 것 인가? 혹은 이대로 준생으로 남을 것 인가?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되새김질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되묻고 그 희망의 방향을 관객에게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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