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밀려드는 구급차들. 깜깜한 밤을 가르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번쩍번쩍 빛나는 불빛으로 응급실 앞이 불야성이다. 7월 말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의 '불금'(불타는 금요일).
응급실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의료의 최전선 현장이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제한된 응급의료 인력으로 촌각을 다투는 중증 환자부터 경증환자까지 모두 다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12시간 동안 지켜본 응급실은 한 마디로 급박했다. 밤을 하얗게 새우며 의료진들은 쉴 틈 없이 환자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다. 심폐소생술로 겨우 한 환자를 살리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정신질환자와 주취 환자가 소리를 지른다.
응급 환자에 밀려 장시간 대기한 경증 환자와 보호자 항의도 항상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몫이다. 시시때때로 응급의학과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날 밤샘 근무를 한 김창영(고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4) 전공의는 응급의학과 의사의 고충을 이렇게 말한다.
"보람을 느낄 여유가 없어요.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심폐소생술 해 살려도 보호자를 설득해야 하거나 화를 받아 주는 일이 많아요. 오늘은 심한 주취 환자가 없지만 난동 부리는 환자가 찾아오면 폭행을 해도 피할 방법이 없죠. 저도 겪었고, 바로 얼마 전 아래 년차가 환자에게 구둣발로 밟히기도 했어요. 그런 환자 한명 상대할 때 드는 시간이 중환자 몇 명 보는 시간과 비슷해요. 폭행과 폭언보다 위급한 환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가 제일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