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에서 합리적 해결책 모색 가능성 전망
'급여제한 풀고 수긍할만한 패널티 받고' 해결책
동아ST가 자사의 대표적인 천연물신약 스티렌의 급여를 제한한 보건복지부와의 고시취소 소송에서 13일 승소하면서 1심 재판의 승자가 됐다. 보건복지부의 급여제한 고시가 취소판결을 받으면서 600억 원에서 800억 원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수조치 역시 피해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동아ST는 승자의 자리에 올랐고 복지부는 패자의 쓴잔을 맛보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재판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당일 법원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재판부의 판결을 분석해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도 밝혔다. 겉으로는 담담한 분위기다.
하지만 복지부의 속내는 복잡하고 항소가 불가피하다.
1심 재판부는 동아ST의 주장대로 고시를 취소한 이유로 "급여를 제한해야 하는 처분사유가 부존재한다"는 동아ST측 주장을 인용했다. "기한을 어겼다는 형식적인 사유만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는데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도 밝혔다.
"동아ST가 일부러 유용성 입증시험을 지연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제출된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해 급여제한을 해도 공익의 달성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도 지적했다.
거의 모든 쟁점에서 동아ST의 손을 들어줬지만 복지부는 항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복지부가 최종결정권자라 해도 건정심에서 급여제한과 환수 결정을 내린 사항을 1심 판결 한번으로 뒤집기에는 부담이 크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대기업 봐주기'라며 복지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복지부가 제약사와의 최근 약값 관련 소송에서 연패하는 모습이 문제다.
복지부는 지난 8월 천연물신약 '스토가'와 관련해 보령제약과의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지난달에는 움카민 제네릭을 출시할 제약사들로부터도 역시 고시취소 소송을 당했는데 제약사들이 제기한 가처분소송이 받아들여져 재판 전망도 밝지 않다.
복지부는 연이은 소송과 패소로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 측 관계자는 "제약사가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정부와의 소송에 쉽게 뛰어들고 있다"며 "제약사 입맛에 맞지 않는 약가 관련 고시는 시행조차 못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최근 연이은 소송과 패소에 대해 기획조정실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배경이다. 제약사에게 더 이상 밀렸다가는 약가 관련 제도를 끌고 가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기조실장은 최근 줄이은 제약사 관련 소송의 현황과 전망·전략 등에 대한 일관된 대책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줄소송을 헤쳐 나가야 하는 복지부에 비해 동아ST는 이번 재판결과로 급여제한 고시도 막고 6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수도 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 선고 이후 항소심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결과도 좋고 항소심에 대한 준비도 문제없다지만 동아ST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제약사로서 복지부와 대결구도가 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동아ST측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복지부와 자꾸 맞서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있다"며 "스티렌과 관련해서도 합리적인 해결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1심 재판에서 승소한 동아ST나 패소한 복지부 모두 최종심까지 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니 항소심 과정이나 항소심 판결 이후 서로의 명분을 얻을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해결책은 유용성 입증에 따른 급여제한 조치는 취소하는 대신 자료제출 기한을 넘긴 것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는 받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