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의학교육평가원장 "한의대 교육으로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 못해"
경제적 논리로 규제 완화 환자·사회 안전 위협...제2의 세월호 사태 야기
현재 한의대의 한의사 교육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나 수련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학교육평가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현재 한의대의 한의사 교육은 의학의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위한 기초적인 하부구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성을 훼손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학교육의 모든 과정을 연구·평가함으로써 의학교육의 질적인 발전과 의학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단체. 의평원은 2013년 2월 서남의대를 불인증으로 판정하고, 총체적 부정과 부실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비윤리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데 대해 사회적 재앙이라며 의대 폐쇄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전투기 조종사가 여객기 조종을 할 수는 없다. 기종간 별도의 교육과정과 훈련이 필요하며, 각기 다른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임의적으로 기종을 교체하는 것은 곧 승객의 안전에 대한 지대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면허제도의 붕괴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의학의 현대화가 곧 의학의 도입이라면 이것은 기존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로 구분하고 있는 면허체계의 붕괴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안 원장은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원한다면 필요한 절차와 교육을 통해 의사면허를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별도의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경우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협진체제를 구축하면 된다"고 밝혔다.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규제 제거나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우회하기 보다는 의사양성제도의 통합적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안 원장은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부추기는 또 다른 숨은 이유는 건강보험제도가 아직도 의료인의 직접적인 봉사에 대한 보상보다는 고가의 진단기기나 각종 첨단 기계적인 처치에 대한 수가보상이 주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수가구조의 문제점도 들췄냈다.
"점차 쇠락해가는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나 급성 질환, 응급상황에 대한 무기력의 결과는 결국 한의학의 이용도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의사나 한의학의 생존에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안 원장은 "진정한 의학-한의학의 통합보다는 2차적 이득을 위한 적극적인 경영전략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 원장은 "의료에 관한 규제를 단순한 경제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정부가 직접 관여할 경우 사회적 안정성을 훼손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나 산하 공공기관에서 하는 규제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혹은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는 세월호 사태에서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많은 사건이나 사고는 규제가 원인이 아니라 규제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데 따른 인재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이렇듯 규제과학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의사들이 환자 진료를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안 원장은 "자신들이 배우고 공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배타적이었던 현대 의학과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규제개혁에 편승해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