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인터뷰]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더 이상 선거 없다 했건만, 작금의 혼란 누군가 정리해야" 출마 결심
정연한 논리 압도적 카리스마로 무장 "정부가 두려워 한 회장 되겠다"
선글라스와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 이미지를 이렇게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 또 있을까.
지난 3월, 주수호 당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혐의로 조사차 경찰에 출두하는 길이었다. 백발의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그의 얼굴엔 짙은 선글라스가 걸쳐지고, 한손엔 마시다 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주수호 답다고 했고, 그를 모르던 사람들은 신선하다고 혹은 재미있다고 했다. 앞선 첫 소환조사에서 주 대표는 "숨길 것도, 숨길 이유도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
같은 달 치러진 제42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주 대표는 결선까지 올라간 선전 끝에 임현택 후보에 져, 낙선했다. 선거 직전 불거진 과거 음주운전 전력, 피선거권 논란이 막판 승패를 갈랐다.
"내 생애 더 이상의 선거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누군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다시 이끌었다. 그의 생애 '마지막 도전'을 결심한 순간이다.
주수호 대표(66·연세의대·외과/ 35대 대한의사협회장)는 18일 의협 선거 일정이 본격화된 직후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추천서를 수령하고, 제43대 의사협회장 선거 출마를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
주 대표는 19일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선거를 끝낸 뒤 내 생전에 더 이상의 선거는 없다, 이제 후배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의료계에 중차대한 시기에 전임 회장 불신임으로 혼란이 커졌고, 누군가 이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마음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 과거 회장으로 의협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올 초 의대증원 저지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터라 최근 의료사태에도 연속성 있게 대응해 나갈 수 있다.
주 대표는 "의료계에 다시없을 중요한 시기인 만큼 보궐(43대) 회장은 당선 바로 다음날부터 회무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다행히 과거 회장으로 의협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어 시행 착오없이 바로 일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의협 회장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꿈도 있다. 의사들이 자율적인 환경에서 사회적 존중을 받으며 진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주 대표는 "의사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이유, 정부의 정책에 반대만 하다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의료계 스스로 준비하지 못한 탓도 크다"면서 "의료계 스스로 방향성을 정하고, 정책을 제시하고 공세적으로 가야한다. 의사들이 자율적인 환경에서 존중을 받으며 일하는 제도를 만들 때까지는 욕 먹고 싸워야 한다"고 했다.
당장 의대정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숙제다. 의료계에 대안을 내놓으라고들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했다.
"문제를 만든 것은 정부인데 왜 의료계가 풀어야 하느냐. 긴긴 시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고, 지금을 넘기면 안된다고 말리고 해결책을 줬는데 정부가 매번 데드라인을 넘겼다"고 짚은 주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피해를 봐야하는 현실은 말이 안된다. 2025년 증원된 정원을 안 뽑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며, 나아가 그 너머, 우리나라 의료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선거에서의 패배는 뼈 아픈 기억이다. 같은 이유로 여전히 "주수호는 안된다"는 의사 회원들이 있는 것도 안다.
주 대표는 "과거의 큰 약점 때문에 대표로 부적격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인정한다"면서도 "지금이 태평성대였다면 나설 이유가 없다. 다만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갈등을 겪고 있고, 누가 새 리더를 맡는다 하더라도 박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욕 먹는 일을, 또 욕 먹는 자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의 장점과 능력이 무엇인지 봐달라"고 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일하고, 물러날 때에 '회원들의 사랑을 받고, 정부의 두려움을 산'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힌 주 대표는 "정부에게 가장 큰 고민을 주었던 의협 회장, 정부가 다시 상대하기 두려워 하는 강단있던 의협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