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28일 의료기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단식에 들어가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불편해소, 한의학의 과학화를 통한 한의약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 규제 기요틴의 핵심이자 상징"이라고 밝혔다.
불과 4년 전 국회에서 한의약 육성법 개정안을 논의할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전임 한의사협회장은 "한의사들이 CT나 MRI 같은 기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당시 한의계는 한의약 육성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한의약의 정의(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를를 '현대적으로 응용·개발한 의료행위'까지 포함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의사 출신인 윤석용 의원이 총대를 멨고, 부산지역 한의사로 공직에 입문한 김용호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이 뒤를 받쳤다.
의원들 간 찬반 의견이 분분하자 김용호 한의약정책관은 "지금 정의는 옛날 동의보감 그대로만 쓰라고 돼 있다. 돌침을 쓰던 것을 레이저가 개발되면 레이저 침을 쓸 수 있고, 이렇게 개발할 수 있게 해야 된다는 거다. 옛날 방식으로만 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가 있다"며 "MRI·CT와 같은 양방 의료기를 사용하자 그런 뜻이 아니다"고 설득했다.
당시 김정곤 한의협 회장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CT나 MRI 같은 기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의견서를 드렸다"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현대의료기기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국회에서 증언까지 했던 한의계가 최근 전임 회장의 발언을 뒤집은 채 '일구이언'을 하고 있다.
현대의학을 배웠으니 X-선·초음파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음양오행 이론을 바탕으로 기와 혈로 체계화했다는 한의학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한의학 기술로는 진단이 어려우니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한의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의사와 한의사로 구분하고 있는 현행법을 무시하는 행위다.
일부 한의사들은 임신 월 3개월에 여아를 남아로 바꿀 수 있다는 <동의보감>의 전녀위남(轉女爲男) 처방을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 이들에게 X-선·초음파는 물론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신뢰성이 없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악한 진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료윤리에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