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주최 정견발표회서 정책대결...같은 듯 다른 듯
의료현안 진단 같아도 해법 제각각...차별성 부각 노력
2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3층 회의실에서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후보자 합동 설명회에서 5명의 의협회장 후보자들이 의료현안과 의료계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통찰력과 식견을 견줬다.
5명의 후보의 의료현실 인식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시한 해법들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후보들은 각자 해법을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기호 1번 임수흠 후보 "총대 메라면 메겠다."
"임수흠, 네가 앞장서라! 하시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네가 총대를 메라! 하시면 제가 총대를 메겠습니다. 임수흠, 너를 밟고 미래로 나아가겠다 하시면 제 한 몸을 여러분 앞에 던지겠습니다."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임수흠 회장의 일성이다.
임 후보는 "개원의들은 정부에 무슨 미운털이 박혔는지 내놓는 정책마다 일차의료기관의 목줄을 죄는 정책만 내놓고 있고, 그 덕분에 전체 의료기관에서 일차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이 땅에 일차의료기관이 초토화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새내기 의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자. 바깥에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데 우리는 집안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쓰나미'에 대항해도 부족할 판국에, 집안싸움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얼마나 어수룩하고 못나 보였으면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 빼앗자고 달려들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의사협회장이 매스컴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우리 의사들에게 '갑질'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보고 저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그런 '패악질'을 확실하게 응징하지 못하면 또 다른 제2의, 제3의 '패악질'이 등장할 것이다. 이참에 확실하게 응징을 해서 앞으로 다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의사들의 행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안을 동원해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핵심공약인 선택분업 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후보는 "선택분업이야말로 전공의, 교수, 개업의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아젠다'이고, 국민도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이후 15년을 쉬지도 않고 대체조제를 외치는데 의사도 원하고 국민도 원하는 선택분업을 우리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격의료 결사저지 ▲의원급 의료기관 세금감면, 원외처방료 복원 ▲진찰료 현실화 ▲65세 노인정액제 개선 ▲차등수가제 폐지 ▲생애주기별 전문과별 검진 신설 등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끝으로 "내가 투쟁을 이야기하자 혹자는 회장에 당선되기 위해서 투쟁을 앞세우고 강경하게 나간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라면 내가 결코 허언이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여식이 내 뒤를 이어 의사의 길로 이제 막 들어섰는데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 자식에게는 교과서적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이 몸을 바쳐 이 난국을 돌파하는데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추무진 후보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전쟁 중에는 결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장수가 자주 바뀌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회원 뜻을 받들어 의료계 말살정책들을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막아 내겠다. 혁신을 방해하는 어느 세력과도 타협하지 않겠다." 기호 2번 추무진 후보의 의협회장 선거 출마 각오다.
추 후보는 먼저 "지난해 6월 의협회장 보궐선거 당시 현직 의협회장 불신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의료계는 분열과 갈등이 최고조였다. 그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38대 집행부는 출범했다"면서 "그러나 38대 집행부는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의료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했다. 임기 동안 줄곧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회원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뛰어다녔고,빠른 안정과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상임이사회와 각종 자문위원회 그리고 지역의사회와 여의사회 등을 통해 의료계 각 직역 회원들의 회무 참여 기회를 확대해왔으며, 종합학술대회와 권역별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대한병원협회와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또한 "원격의료 입법저지, 신속한 규제기요틴 대처, 전공의 처우개선과 의료인 폭행방지법 입법화 노력 그리고 2차 의정합의 이행추진, 콜센터 구축을 통한 신속한 회원 민원 해결, 국민에게 올바른 제공 등 짧은 시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을 했고, 하고 있다"고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도 있다. 그 일들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영속성을 가지고 공약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진찰료 현실화, 노인정액제 상한선 조정 등을 쟁취해 행복한 진료환경을 만들겠다. 전공의 수련기구 독립, 여의사 회원들을 위한 임신, 출산, 육아 등을 보장하는 법이 법대로 지켜지도록 병원협회의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며 "회원투표 근거 규정 신설, 중앙대의원 겸직 금지, 대의원회 구성 개선 등을 통해 안정 속 혁신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전문가 단체의 위상을 정립하고 잘못된 의료정책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 젊은 의사들이 행복하게 진료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 강한 의협을 완성하겠다"고 역설했다.
기호 3번 조인성 후보 "파업 아니어도 얻을 것 많아"
"제39대 의협회장 선거는 '의사들의 독립선언'이다. 파업이 아닌 방법으로 많은 공약을 반드시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법은 만들고, 잘못된 법은 고치고, 나쁜 법은 반드시 막겠다" 기호 3번 조인성 후보는 파업 투쟁이 아닌 자신의 정치력을 의료현안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후보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고, 원가 보전이 안 되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의료는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각종 악법과 규제로 의사들은 노예의 사로 전락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돼 가고 있다"고 의료계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우리가 지치고 힘든 것은 파업 투쟁이란 선동적 수단에 집착해서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의협의 방법과 방향설정이 잘못됐던 것"이라며 "지금까지 의협은 투쟁만을 외치며 병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면서 "회원에게 피해만 주는 파업 투쟁은 더는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지난 수년간 파업을 앞세운 강경투쟁은 말만 강경했지,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하는데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란 게 드러났다. 반복적 파업 투쟁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오직 패배의식이요, 잃은 것은 자긍심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들은 의사의 파업투쟁과 화물연대의 파업투쟁 사이에 아무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회원들에게 벌금 폭탄과 영업정지 고지서만 남기는 어리석은 자해행위일 뿐이다. 투쟁은 회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인데, 회장이 전과자 됐다고 해서 얻는 것 없는 회원들에게 떳떳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무책임한 짓이고, 의료계에 죄짓는 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가 하고자 하는 투쟁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회원들을 몰아넣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내부의 단결력을 높이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정부 당국을 견제할 수 있다"면서 "원격의료법, 리베이트법, 의료분쟁 강제조정법, 피부미용사법,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의료기사법, 안경사법 등은 정말 엄청난 위협이다. 이 험난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협상력을 높이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의협회장이 되면 파업과 삭발이 아닌, 정책 '아젠다'를 만들고 전국을 돌며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겠다. 이렇게 의사의 자존심을 되찾겠다.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국회와 정부에 당당하게 맞서고 꼿꼿하게 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일차 의료 정상화법을 추진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고, 원격의료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원격의료를 확실히 막겠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며, 피부미용사법과 의료기사법, 그리고 안경사법의 국회통과를 꼭 막도록 하겠다. 전공의 처우 개선법(가칭 전공의 인권법) 제정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 전만 해도 나의 의협회장 출마는 내 자신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동안 많은 개혁성향 후보들을 보좌해서 의협회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5% 부족한 마지막 뒷심이 아쉬워 직접 출마를 결심했다." 기호 4번 이용민 후보의 출마 변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의료계에 투신했다. 개인적인 고초도 많았지만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현 의료계 상황이 무엇 때문에 잘못됐는지,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러나 해결방법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누적된 저수가의 모순, 각종 악법과 건보공단의 삭감 및 실사, 젊은 의사들의 수련환경 악화 등을 의료계의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은 이 후보는 "승리하는 투쟁을 위해서는 회원들의 의식화를 통해 상시적인 투쟁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적 투쟁의 핵심 열쇠는 집단 문제의식의 공유화다.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성공적인 투쟁을 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투쟁은 준비가 안 된 우발적 투쟁들이었다. 그래서 지리멸렬하게 끝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의협회장에 당선되면 3년 동안 집단 문제의식 공유화를 위해 뛸 것이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걸고 단 한 번 뒤집기 한판승을 위해서 투쟁위원장 역할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의협회장으로서의 대내외 회무의 상당 부분은 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해 맡기고 나는 창의적인 공격 방법을 모색하는데 전력해 승리하는 투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5번 송후빈 후보 "중단된 의료계 혁명, 완수할 것"
"변화와 개혁을 뛰어넘는 혁명만이 의협의 낡은 틀을 깰 수 있다. 3년 전 시작 된 의료계 혁명이 완수돼야 한다. 그 중심에 송후빈이 서 있을 것이다" 기호 5번 송후빈 후보의 의협회장 선거 필승전략이다.
송 후보는 "3년 전 의협회장 선거를 통해 의료계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한 번쯤은 있을 수 있는 일회성의 '쿠데타' 정도로 생각했다. 그들은 변화를 원하는 외침을 인정하지 않았고, 변화를 거부하고 후배들에게 기성세대의 생각을 강요했다."면서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것은 한 번의 쿠데타가 아닌 혁명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혁명을 원하는 후배들의 열망은 현실에 안주해 자리만을 지키기에 급급한 선배들로 인해서 결국 탄핵이라는 멍에가 씌워진 채 중단됐다. 혁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38대 집행부는 오히려 구세대들과 영합한 채 혁명의 시곗바늘을 다시 뒤로 돌려 버렸다"고 추무진 집행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나는 변화를 원하는 후배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동료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변화와 개혁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병든 의료 제도를 고칠 수 없다. 변화와 개혁만으로 의협의 낡은 관습을 바꿀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내부의 썩은 뿌리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더는 의료계에 희망은 없다"면서 "이번 의협회장 선거는 미래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 한 기성세대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 한 선거가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변화와 개혁을 뛰어넘는 의료계 혁명을 완수해 의료계의 낡은 틀을 깨고, 젊은 의사들은 물론 모든 회원이 행복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