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혁 기초의학협의회장, "기초의학 의사국시 반영 필요" 강조
기초의학 위기 의식 모두가 공감…이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때
제23회 기초의학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주에서 앞으로 기초의학협의회를 이끌어갈 조앙혁 차기 회장(가톨릭의대 생리학교실)은 22일 <의협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의과대학은 임상의사나 기초의학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충실한 역량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의사는 임상의학에 관한 지식과 술기뿐만 아니라 기초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포함해야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최근 기초의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100% 공감하며, 이 같은 위기의식이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조금씩 있어왔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기초의학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상됐지만, 기초의학자 스스로도 위기감을 늦게 알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기초의학계 내부에서도 다들 생각이 다르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기초의학 전체가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이 이제서야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기초의학을 살리기 위해 중개연구, 융합연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정립돼 있는 것이 없는 현실"이라며 "위기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얘기를 하다보면 긍정적인 답을 찾을 것이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결과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및 국회 등에도 기초의학의 어려운 현실, 그리고 기초의학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요구할 계획도 밝혔다.
조 회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때만해도 기초의학은 임상의학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BK21 사업 이후 연구비 지원이 없어지면서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기초의학이 어려워졌음에도 선배들이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며 "앞으로는 기초의학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학술대회 개최 뿐만 아니라 기초의학계 전반의 어려움을 정부 및 국회 등에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초의학계 내부에서의 단결된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 분야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기초의학자들이 있기 때문.
조 회장은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문제를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뤘지만, 여전히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의학분야 외부의 사람들은 필요성을 느끼는데, 의학분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반대를 하다보니 힘들다"고 걱정했다.
의사국시에 기초의학분야가 들어가면 신설의대 등에서는 기초의학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부담이 되어서 반대하는 이유가 있고, 기초의학이 포함되면 교수요원을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데 각 대학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초의학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의사가 되기 위해 기초의학 분야의 범위는 어느 정도가 표준화가 돼야 하며,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의사국가시험에 기초의학을 포함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올해 초 TFT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업적만으로 기초의학자를 평가하는 구조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기초의학자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을 심어주는 역할, 즉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인데, 최근에는 연구실적까지 내라고 하니 죽을맛"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보다 연구의 역할을 대학에서 강조하다보니 젊은 후배들이 더 힘들어하고, 기초의학 분야 지원율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상술기만 배운 의사보다는 기초의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된다"고 거듭 강조한 조 회장은 "지식과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 나중에 좋은 의사가 된다"고 말했다.
또 "2년의 임기동안 기초의학이 의사국가시험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의사들에게 기초의학의 중요성만이라도 전달되면 성공적인 것"이라며 "기초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크다. 이런 열정을 애초부터 잘라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