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다인실 70% 확대, 메르스 감염관리 역행"

"상급병원 다인실 70% 확대, 메르스 감염관리 역행"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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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염관리 비용 외면한 채 평가·기준 강화로 책임 전가해선 안돼
병협 23일 '감염병 예방과 환자안전 간담회'..."감염관리 비용 지원해야"

▲ 병협은 23일 '감염병 예방과 환자안전 간담회'를 열고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감염관리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병원감염관리를 강화히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감염병 관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실 기준병상(다인실)을 70% 이상 확보하려는 정부 정책은 감염병 관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는 23일 감염 관리 분야 전문가를 초청, '감염병 예방과 환자안전 간담회'를 열어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석승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평가인증을 통해 감염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병원과 국가의 감염관리는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 원장은 "병원의 감염관리체계와 국가 공공보건 인프라 확보 방안이 혼합되면서 결국 감염관리가 병원만의 문제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인증평가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인실 병실과 응급실 과밀화를 감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꼽은 데 대해 석 원장은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 기준병상(다인실)을 70% 이상으로 확보하려 한다"면서 "오히려 정책이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 원장은 "병협과 협의해 인증평가에 대한 장단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뒤 "인증평가에 국가 전염병 발생시 관리체계 항목을 넣을 경우 현실적으로 개별 병원이 감당할 수 없고, 국가적 차원의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모 병협 의무위원장(인하대의료원장)은 "인증평가나 감염관리는 모두 비용과 직결된다"면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비용을 보전하지 않고는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증평가 비용만 5000여만원을 들여야 하고, 시설이나 장비를 모두 갖추려면 수십억원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보전은 없다"고 지적한 김 위원장은 "감염관리기준에는 300병상 이상 병원의 경우 전담인력 1명을 두도록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인증평가와 감염관리기준 을 강화해 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해서도 "전체 병원의 95%인 민간병원에 역할을 부여하고, 지원하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감염병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전세계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지침을 질병관리본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일선 병원에 주기적으로 내려 보내고, 감염관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진학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컨설턴트는 "미국은 연방정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주축으로 공항에서부터 엄격한 감시관리체계를 가동하고 있고, 동시다발적인 감염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CDC와 병원계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감염병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면 CDC에 신고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C는 군과 경찰의 동원을 주지사나 시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감염관리 의료진도 응급실을 통해 24시간 대응 지침을 내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밝힌 전 컨설턴트는 "미국의 공중보건 관리체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량 재난시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이 늘어날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사스나 신종플루 때도 병원이 책임지고 해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역량을 예방과 초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평상시에는 평가를 통해 감염관리를 강화할 수 있지만 메르스 같은 전시상황에서는 국가 방역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밝힌 이 이사장은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상황임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메르스 사태는 공중보건 위기관리의 역할을 활성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규형 병협 총무위원장(한길안과병원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전시상황을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면서 "기초적인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계융 병협 상근부회장은 "병원감염 문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현행 저수가 구조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인 시각이 아닌 전문가적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근 병협 회장은 "선제적으로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병원신임평가의 감염 평가항목을 개선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환자안전 인프라를 조성해 나가겠다"면서 ▲병원 응급실 진료체계 재점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정보 체계 수립 ▲환자 분류체계 강화 ▲감염전문의의 24시간 협진체계 구축 등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7월 중에 직능별 감염예방 전담자들과 TF를 구성,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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