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건정심 수가 통보 좌절...메르스 여파로 임금도 못줘"
"저렴한 양질 진료는 허상...제2, 제3 메르스 막을 수 없을 것"
대한병원협회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수가가 2015년 1.7%에 이어 2016년 1.4%로 결정된 데 대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상처가 너무나 커 당장 직원의 임금 을 걱정하고 있는 병원계에 일말의 배려도 없는 기계적인 냉혹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병원급 의료기관의 2016년도 수가 인상률 1.4%를 의결했다.
병협은 건정심 의결 직후 성명을 내어 "수년간 되풀이 되고 있는 보건의료분야의 건강보험수가는 물가 인상률과 임금인상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대에 불과하다"며 "메르스 사태 확산 방지와 환자 치료에 전력을 다해 온 병원계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좌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발병률이 높은 현상의 저변에는 낮고 왜곡된 수가체제가 있다"고 밝힌 병협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도 메르스 발병률이 높은 원인에 대해 부절제된 의료이용 행태·다인용 병실 및 보호자·응급실 과밀화·환자 쏠림 현상·감염병 전문병원 부재·부족한 음압병실·격리 중환자실 부족·감염병 전문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면서 "저렴한 양질의 진료는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수가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병협은 "겉으로는 민주적으로 보이는 협상이라는 방식을 써 왔으나 그 내용은 일방적 통보 방식"이라며 "정부는 사실상 건강보험 수가를 통제해 왔다"고 꼬집었다.
병협은 일방적 통보의 근거로 가입자 중심의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전체 수가 인상범위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모든 유형의 의료공급자들과 개별 협상을 벌여 공급자간에 서로 '이전투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계약이 결렬되면 합리적 조정절차 없이 건정심 의결이라는 의례적인 형식을 거쳐 일방적으로 수가를 통보하고 있다는 점도 꼽았다.
병협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 국민에게 공개하고, 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않으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힌 병협은 "가입자·의료공급자·보험자가 함께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협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