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환자 48~69% 감소, 일평균 최대 5억 수입 감소
정부 메르스 예산 160억원, 병원 하루 손실분에 불과
1일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 관련 병원장 회의'에는 메르스 환자 경유·확진·코호트 격리 등을 경험한 병원장들이 참석, 메르스로 인한 위기와 어떻게 해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병원장들은 진료와 식사까지 제공하는 하루 입원수가가 모텔료 보다 낮은 원가 이하의 기형적인 건강보험제도가 메르스 확산 사태를 야기한 주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설희 건국대학교병원장은 "정상분만 수가가 애완견 분만보다 낮은 상황에서 어떻게 감염관리를 할 수 있냐"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저수가 정책으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재광 목포한국병원장은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절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저수가로 인한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보건의료를 이끌어가는 정부 조직도 메르스 사태를 부른 원인 중 하나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윤강섭 보라매병원장은 "복지 예산이 100이면 보건의료 예산은 1에 불과하다"면서 "보건복지부에 복지만 있고, 보건은 없다. 서울시를 비롯한 자자체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은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라는 명령이 여기 저기에서 나온다. 메르스 사태가 끝나가는 데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피해병원 지원대책으로는 경영위기 사태를 겪고 있는 피해병원들을 구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은 "구제역 사태때 정부가 약 1조원을 지원했는데 메르스 직접 피해병원들에 대해 16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면서 "사람을 구하는 값이 동물을 구하는 값보다 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대학병원장은 "피해병원 당 3억원 가량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하루 손실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5월 진료분과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6월 급여는 겨우 맞췄지만 메르스 피해가 본격화된 6월에는 환자 진료가 70%가량 줄어 7월 월급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병협이 파악한 5개 메르스병원의 일평균 외래환자수는 48∼69%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진료수입도 비슷한 규모로 줄어 작게는 8700만 원에서 4억 8000만 원까지 반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납부기한이 다가오는 재산세·주민세·법인세 등 세금에 대해서도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면서 "지방세를 비롯한 세금 납부 유예는 피해 당사자의 신청으로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장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의료공급체계와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범부처와 의료계·병원계가 참여하는 후속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또한 의협과 병협이 힘을 모아 건정심 구조 개선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