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안양수의 Medical Trend 2015 (14). 끝
지난 10년은 정책적 요인에서는 요양보험의 도입이, 외부적 요인에서는 실손보험의 발달이 전체 의료계를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
요양보험의 도입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던 한국의 병상 수를 불과 10년만에 OECD 평균을 훌쩍 넘어 OECD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요양병원의 도입으로 10년동안 병원의 수가 970개소에서 2683개소로 무려 176.6%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10년간 총 26만병상 증가 중 24만병상 증가를 병원이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병상 수 증가는 OECD 국가들 중에서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데 일반적인 생각은 단기간에 급격히 병상수가 증가하면 병상 가동률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지난 통계는 그렇게 급격히 병상수가 증가하면서도 전체 병상가동률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79.6%에서 89.7%로 10.1% 증가한 것으로 비롯해 종합병원도 13.3%의 병상가동률 증가를 보여줬고 급격한 병상수 증가를 주도했던 병원도 29.9%의 병상가동률에서 50.7%의 병상가동률로 무려 21.0%의 증가율을 보여줬다.
이 부분은 단순히 요양보험의 도입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여기에는 실손보험의 확대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동안 전국의 의료기관에 입원한 입원환자(입원일)수는 5300만명에서 1억 2000만명으로 132.5%의 증가가 있은 반면에 외래환자(외래일)수는 6억 5000만명에서 8억 4000만명으로 29.6%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통계는 약국을 제외한 치과 병의원·한방 병의원·보건소 등 모든 의료기관을 망라한 통계로 입원보다는 외래환자 위주인 치과·한방·보건소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입원부문과 비교할 때 외래 확장력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입원환자수 증가율은 외래환자수 증가율보다 4배나 많은 132.5%의 증가율을 보여줬는데 적어도 입원부문에서는 마치 고삐가 풀린 듯한 느낌이 든다.
과거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면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모여 논의하면서 어렵게 입원결정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환자들이 마치 외래에 가듯이 입원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실손보험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난 10년은 '입원의 시대'였다. 또 통계상 추이로 볼 때 이 추세는 쉽게 꺾일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표 1>.
결국 요양보험의 도입과 실손보험의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올라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병원이었다는 것을 통계치는 보여주고 있다. 한편 병상수와 기관수를 늘리면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갔던 병원들과는 달리 상급종합병원은 병상수 증설보다는 의사수를 늘리는데 치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상급종합병원은 위험부담이 큰 시설투자보다는 위험관리 측면에서 시설보다는 유연한 인력(의사)부문을 확충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 부분이 실손보험의 확대와 맞물려 떨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입원보다는 외래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년간 전체 외래환자수는 30%남짓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상급종합병원은 요양기관당 외래환자수에 있어 80.2%라는 압도적인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 수치로 볼 때 외래부문에서 손실보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의 발달과 시설이 아닌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외래 장악력을 키워갔다.
실손보험의 바람을 타고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장악력을 급격히 키워가는 동안 외래가 주력인 의원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이 기관당 외래환자수에서 80.2%의 신장률을 보이는 동안 의원의 기관당 외래환자수는 2.8%의 미미한 증가율을 보였는데 의원의 외래환자수는 인구증가율이 감소하는 것과 거의 맞물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의원의 외래환자수가 정체 상태를 보인 가운데 그나마 의원의 기관당 외래 진료비 수입이 48.8% 증가한 것은 전적으로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의 상승(44.8%)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의원의 외래 부문만 놓고 보면 인구증가율이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더 이상 외래 환자수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 의원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내원일당 진료비 상승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의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일당진료비를 결정하는 건정심을 앞세운 정부정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향후 정부 정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통계를 보면 의원의 앞날은 아주 우울하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손실보험의 발달은 입원부문에서는 전체적으로 입원환자의 수를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외래부문에서는 환자수 증가보다는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원보다도 외래부문에서 대형병원의 흡입력은 아주 강력했다. 더구나 지난 10년은 요양보험의 도입으로 병원의 기관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0년간 총 배출의사 2만 7509명 중 가장 많은 7973명의 의사가 병원 근무로 몰리면서 그나마 의원은 과당 경쟁의 쓰나미를 피했다고 판단된다.
향후 지난 10년과 같은 병상수의 급격한 증가도 병원의 기관수의 급격한 증가도 다시는 되풀이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새로 배출되는 의사들이 갈 곳이 별로 없어 개원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향후 의원들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의원들의 가장 당면한 과제는 일차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 외래 장악력을 차단하는 것이 돼야 할 것 같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긴 한데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같은 의원이라도 지역에 따른 온도 차가 심하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3년 현재 의사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의원당 인구수는 1358명에 불과해 의원당 인구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북의 2324명과 비교하면 거의 1000명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서울은 전국에서 의사수가 가장 많은 곳이고 인구당 의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인데도 의원수 증가율이 전국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은 의원당 인구수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곳 중에 하나이고 결국 서울의 의원들은 환자수를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외래일당 진료비를 최대한 높여서 현상유지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반면 의원당 인구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래일당 진료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의원당 인구수의 편차가 크다 보니 전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책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의 지역별 편차도 심한 편이지만 과목별 편차도 아주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전체적으로 외래 환자수가 답보 상태를 보였지만 과에 따른 외래 환자수 변동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환자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이 개원가로 전문의가 쏟아져 나오는 구조에서는 정책적으로 과목간 부침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원에 있어서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 증가율이 높았던 과는 병리과·영상의학과·산부인과·피부과·재활의학과로 대체로 진찰료보다는 처치에 의존하는 과라는 특색이 있다. 즉, 지난 10년간 적어도 의원급에서는 진찰료에 대한 보상보다는 처치에 대한 보상이 높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지난 10년동안 전체 의료계 중에서 진찰료 의존도가 높은 의원의 전문과들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2013년 현재 건강보험 총진료비로 볼 때 서울 지역의 의원 평균은 2억 9840만원인데 가장 높은 충북의 의원은 4억 8077만원에 달하므로 그 차이가 무려 2억원에 가깝다. 개원 10년이면 2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님에도 서울지역에 의사가 몰리는 현상은 경제논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여의사의 증가가 서울지역에 의사가 몰리는 원인의 하나라고 회자되는데, 여의사들의 경우 남편도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정을 꾸린 여의사들의 경우 경제적 이득보다는 자녀교육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에 개원을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지만 건보통계 자료가 남녀 구분이 되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향후 개업을 앞두고 있는 후배의사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개업 10년에 2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메우기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 10년간은 요양병원의 급속한 증가 덕에 새롭게 배출되는 의사들의 상당히 큰 부분을 병원급에서 흡수해 주어 그나마 의원들이 의사 대량배출이라는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은 병원급의 급증이 다시 되풀이 되면서 의사 인력을 흡수해주지 않으면 이제는 의원들이 직접 타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3300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은퇴와 사망 등 의업을 접는 인원을 감안할 때 매년 2700여명의 의사인력이 증가되고 있다.
우리는 본 통계와 분석을 토대로 우리의 젊은 의사들이 마음 놓고 인술을 펼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우선, 정책적으로 상급 종합병원의 외래 규모를 점차 줄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상급 종합병원의 근본 취지는 중증 질환의 입원치료이다. 대형병원의 강력한 외래 장악력은 의원급에 치명적이며 향후 의원급의 고사를 초래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할 할 위험이 있다. 둘째, 과도하게 개원가로 쏟아져 나오는 전문의 배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
1차 의료기관에 각 과별 전문의가 많이 포진할수록 개원가에 통일된 정책을 시현하기도 어렵고 근본적으로 의원들 간에 부익부 빈익빈 구조는 전문과목별 차이에서 파생되는 구조를 안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점차 전문의 배출 수를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의원의 과목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수술이나 처치에 방점을 찍는 수가인상보다는 진찰료를 끌어올리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력에 대한 보상보다는 시설에 대한 보상이 더 높다는 것이 통계수치에도 상당부분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인력부문과 시설에 대한 부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면 외국처럼 병원수가(hospital fee)와 의사수가(doctor's fee)를 분리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각 시도별 병의원 메디칼 트렌드에 대한 분석자료를 모두 정리했지만 지면관계상 다 싣지는 못했다. 언젠가 정리된 자료를 모두 공개해 향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