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연수교육 참가자들, 의료인폭행방지법 제정 촉구
"국회 계류 중인 법 제정 위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15일 대한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가 특별히 마련한 '의료인 폭행, 이대로 괜찮은가' 연수교육에 참여한 연자들과 토론자들이 의료인 폭행방지법 제정만이 의료인 폭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국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환자의 의료인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 등 지난 2008년부터 13년까지 발생한 의료인 폭행사건을 열거하면서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김 교수는 "환자나 환자보호자 특히 주취환자들의 의료인 폭행사건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음에도 의료인들의 대처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면서 "폭행을 휘두르는 환자에 대해 물리적으로 대응했다가 쌍방폭행으로 처벌받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병원 응급실이나 외래에 경찰관을 상주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의료인들이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협신문'이 지난 8월 3일부터 18일까지 전국의 539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진료실 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인용하며, 의료인 폭행 실태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김 교수는 "의협신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는 폭행을 경험한 의사들이 86.4%였는데 2015년에는 96.5%로 늘었다. 거의 모든 의사가 폭행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폭행을 경험한 의사들은 심각한 수준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어서, 의료인 폭행 방지하는 법적 근거는 의사의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진료권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인폭행방지법 제정과 함께, 의료인들도 의료인 폭행의 원인과 폭력행위 예측요인을 잘 분석해서 폭력 예방 및 대처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의료인 폭행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유인술 충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본·미국·유럽 등의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방안들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응급실은 의료인 폭행 때문에 언제나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의 응급실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일본의 경우 응급실에 보호자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요원이 상황을 판단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일부 병원에서 응급실에 별도의 격리실을 마련해 폭력 행사 등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난동을 부리는 환자나 환자보호자들을 진정시키는 대응지침을 교육하는 정도인데, 이런 수준의 대응으로는 의료인 폭행을 막을 수 없다"면서 "사회가 의료인을 폭행하는 것은 의료인의 안전과 다른 환자들의 진료권을 빼앗는 엄중한 범죄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의료인폭행방지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하고 있어, 법 제정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 김치중 기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으로 정치권을 압박해 의료인폭행방지법 제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기자는 "국회의원은 대중, 즉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좋은 법안도 대중들이 관심이 보이지 않거나, 대중이 싫어하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의협 등 관계자들이 국회의원들만 설득해서는 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를 폭행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 동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사를 보호하는 측면이 아니라 의사를 존중해야 대중들이 더욱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부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