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출자요건 허위서류로 설립등기... 행정처분 취소해 달라 소송
서울행정법원 "비의료인 의료기관 운영 악용...영리 추구 폐단 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최근 H의료생활협동조합(H의료생협) L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L씨는 2011년 4월 서울 동대문구에 서류상 408명의 설립동의자와 출자금 3040만원으로 의료생활협동조합 요건을 갖춰 H의료생협 한의원 설립등기를 마쳤다.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은 2012년 10월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H의료생협을 설립한 내용을 파악, 수사결과를 서울시에 통보하면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현행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생협을 설립 요건으로 출자금 납입총액 3000만원 이상, 조합원 1인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의 100분의 20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결과 L씨는 자신의 출자금을 숨기기 위해 조합원 4명의 명의로 각 600만원씩 2400만원, 다른 조합원 명의로 1000만원을 출자한 것으로 허위서류를 작성하고, 조합원 408명의 명의를 이용해 설립등기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조합원에 대한 수사에서 출자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다른 조합원은 검찰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2014년 7월 14일 L씨에 대해 설립인가 취소처분에 관한 사전통지를 했고, L씨도 청문 출석을 대신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L씨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청문실시 안내문과 처분서를 반송하고, 휴대전화를 착신 정지했다. 서울시는 8월 28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건 처분 을 공고, 공시송달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L씨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으며, 출자금 대납 사실이 없고, 출자금 대납은 과태료 부과대상이지 설립인가 취소사유로 볼 수 없다는 점, 시정조치명령을 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설립인가를 취소했어야 했다며 서울시의 행정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건처분서를 공시송달한 것은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의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행정절차법에 따른 것이라며 L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조합원이 설립인가 당시 조합원 및 출자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명의를 대여해 줬으며, 출자금 역시 L씨가 실질적으로 납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출자금을 납부했다는 조합원의 계좌거래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고, 1000원 출자금을 납부했다는 조합원의 경우에도 경찰 조사에서 납부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L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L씨가 조합원의 명의를 빌려 출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납부하는 방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행위는 과태료 부과 규정과는 관계없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H의료생협을 생협으로서 활동하게 한다면 소지자생협 제도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데 악용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며 "설립인가 취소처분이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