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이어 외과도 무너질 판...의료 근간 흔들

내과이어 외과도 무너질 판...의료 근간 흔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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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외과학회 이사장, "외과를 살려야 환자안전 보장" 강조

외과 의사는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피하는 진료과가 되어버렸다.
최근 5년간 외과 전공의 수급률을 보면 60% 내외에 불과하다. 2010년에는 53.9% 수준이었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그나마 수가개선과 전공의 지원수당 등을 시행하면서 60%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수련 과정 도중에 그만두고 다른 진료과로 옮겨가는 전공의들이 빈번하다. 외과는 내과와 마찬가지로 한국의료의 큰 중심축 역할을 해왔는데, 외과의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의료의 두 축 모두가 무너질 것이 뻔하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외과학회가 저수가, 전공의 지원자 감소라는 고질적인 악순환에 빠져있는 '외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1인 3역·4역을 하는 외과의 현실
5일 추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외과·연세암병원장)은 "외과 전공의 지원이 크게 부족한 일은 오래 됐는데, 이런 일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그간 외과 의사들이 어떻게든 환자를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개인 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고 1인 3역, 4역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며 "더이상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어 학회 차원에서 외과를 살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건강보험수가 문제
노 이사장은 "외과의 수가 문제는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원가 보전율이 70% 내외 밖에 안된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원가 보전이 안된다는 것은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발생해 병원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국내 병·의원에서 공공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내외인 현실에서 이러한 수가 문제는 외과를 기피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질적인 문제를 왜 또 이야기하는가?
학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수가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노 이사장은 "외과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새삼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환자의 안전, 다시 말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데 개인의 책임감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외과학회에서는 외과 전문의들의 질 관리를 위해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에 의무적으로 이론교육과 술기교육을 받게 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런 내부적 노력에 더해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내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술입원환자 전문의' 제도 도입 절실
외과학회는 학술대회가 열리는 5일 12시 '외과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외과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왜 도입돼야 하는지 논의했다.

공청회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배경, 보험수가 문제, 수술 전후의 질 관리 등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노 이사장은 "모든 논의의 핵심은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가 아닌 수술을 받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진료는 상당한 부분을 전공의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교육 기간 중인 전공의들에게 진료를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외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그나마 전공의 진료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이 지금 병원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술 받은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은 최우선으로 시정돼야 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의 발전의 정도에 걸맞게 수술 후 입원환자 진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학회는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술입원환자 전문의'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입원환자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관련 논의는 이미 국회에서 문정림 국회의원(새누리당) 주최의 공청회가 있었고, 외과·내과,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노 이사장은 "이 제도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입원 환자 안전 및 만족도를 확인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서울대병원에서 진행중에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정부가 본격적인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과 위기 극복…환자의 안전과 밀접
노 이사장은 "호스피탈리스트, 저수가 문제, 수술의 질 관리 및 감염 관리 문제 등 어느 하나 가볍지 않다"며 "외과학회는 외과계열 모학회로서 앞으로도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본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결국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환자의 안전, 양질의 진료,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이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노 이사장은 "현재 외과의 문제는 의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사회적 관심 속에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하나씩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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