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매거진 반창고 발행인·연세비앤에이의원 대표원장)
"IBM/왓슨 미래에 의사를 대리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본 기사의 타이틀이다.
과연 의사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기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단 말일까?
과거 의사는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됐다.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인간의 질병을 탐구하고 그 탐구의 결과에 따라 히포크라테스는 단독으로 진료를 행했다. 의학이 발달하며 '탐구'의 영역은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통계적 수치로 유익함을 결정하고 치료의 방향을 결정했다. 즉, 의학은 히포크라테스의 순수한 호기심에 기인한 이론에서 과학적 검증과 타당성을 갖는 논리로 구조화되고 이론화됐다.
의사는 의학적 판단을 위한 과학적 사고의 과정을 배우고 그에 따른 이론을 '의사'인 나의 두뇌 안에 구조화 한다. 수년 동안 이 과정을 학습하고 경험하며 훈련을 통해 이뤄 간다.
우리가 의학적 사고를 정의할 때 한가지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의학적 이론의 구조화는 단순히 그림과 글자상의 체계화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학문의 대상은 '사람'이다 .
사람은 206개의 뼈로 구성되고, 85%의 물, 10%의 단백질, 2%의 지질, 1%의 핵산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렇게 구성된 어떤 것도 그대로 '사람'은 아니다.
사람은 살아있는 존재로서 생물학의 독특한 구성인 창발성을 갖고 인체내의 여러 호르몬·장기 등의 작용으로 살아 있게 된다.
질병은 사람을 구성하는 성분의 이상이라는 문제를 넘어 각각의 관계성과 창발성의 리듬이 깨지는 등 여러 이유로 발생된다. 물론 염색체 이상은 전체 사람의 질병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과학적 증거로도 염색체 만으로 질병이 발생하기보다는 각각의 상호작용·환경·생활의 문제 등 여러 조건이 복합적/종합적으로 엮여 질병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의사는 과학적인 토대로 '사람'을 연구하고 '질병'을 진단하며 인간으로서 '개별의 사람'으로 대하며 이해하고 치료한다. 그럼에도 근대 의학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지만 '사람'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본질은 많은 부분 약해졌다.
근대의학은 '의사'에게 독점되는 '사람의 인체와 질병의 정보'를 토대로 발전했다.
과거, 환자와 일반인은 '의학'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질병에 관한 정보가 웹과 책이라는 여러 수단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유되고 있다.
이는 곧, 의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환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 참여 하게 된다. 환자는 본인의 증상과 질병의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다면 아마도 왓슨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쓸모가 없을 지도 모른다.
현대에 질병과 진단의 과학적 정보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지적 재산이다.
즉, 누구나 자신의 질병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 의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의사'라는 직업을 재정의해야 한다.
정보의 공유는 의사의 학문적 절대 우위를 환자와 공유하는 의학적 직관을 가진 상담자의 역할로 재정의했다. 하지만 의사로서 수년간 훈련하며 검증을 거듭한 직관의 체계에 대한 존중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는 진료 대상이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상대는 의학 서적 속의 더미가 아닌 '사람'임을 더욱 인정하고 공감으로 그들의 질병과 건강을 넘어선 동반자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