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명백한 불법"

법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명백한 불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2.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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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초음파·카복시 사용 한의사 모두 '유죄'
'면허 외 의료행위...한의약육성법' 핑계 대지마"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단독 재판부(판사 홍득관)는 한의사의 카복시와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은 이원적 의료체계와 학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면허 외 의료행위라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한의사가 초음파와 카복시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해 진료한 것은 현행 법률을 바꾸지 않는 한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단독 재판부(판사 홍득관)는 16일 한의사 카복시 진료(2014고정4193)와 한의사 초음파 진료(2014고정4277) 선고공판에서 "한의사가 초음파와 카복시 의료기기를 이용해 진료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라며 각각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A한의사는 2013년 1∼7월 카복시 의료기기를 이용해 진료행위를 하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A한의사는 "기복기는 한의학적 '경피기주입술'과 의료기기를 합쳐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해 개발한 의료기기"라며 "경혈 피하에 기(氣)를 주입하는 한방 의료행위"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규 교육과정에 개설돼 있으며, 현행 의료법에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현행 의료체계는 의료와 한방의료의 이원적 의료체계로 구성돼 있으며, 면허의 종류도 '의사'와 '한의사'로 나누고 있다"면서 "현행법률 체계는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2014년 2월 13일 선고 2010도10352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OO한의원은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카복시' 의료기기를 이용해 비만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목적은 의학과 한의학이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이 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을 통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면허된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은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면허를 이원적으로 구별하고 있는 취지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재판부는 카복시(기복기) 치료는 한의학 원리가 아닌 서양의학의 원리라는 점을 들어 한의사에게 허용된 면허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카복시 치료는 피부 속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피부 속의 이산화탄소 분압을 높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산소 분압을 낮춰 혈류 공급을 증가시키게 된다"고 밝힌 재판부는 "지방 조직의 경우에는 이산화탄소의 주입으로 지방세포의 세포막에 균열이 생기고 세포간 공간으로 중성지방이 분비되는데, 이와 같은 원리로 지방세포를 용해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며 의학적 원리에 입각한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복기(카복시)가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기기라는 A한의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의약육성법에서 한의약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韓醫學)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이는 한방 원리를 토대로 한방 진단·처치 등을 개발하라는 취지이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 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초음파 진단기 사용한 한의사 '유죄'...판독 오류 '위험'

▲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불법으로 진료하고 있는 한의원. 블로그에 버젓이 골밀도 검사 장비를 설치해 진단하고 있음을 홍보하고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진료하다 기소된 B한의사 사건(2014고정4277)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현행 의료법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을 비롯해 대법원 판례를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음파기기의 경우 비침습적 진단기기로 사용에 따른 위험성이 없고 안전하며, 한의학 교육과정에서도 초음파기기 진단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진단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B한의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초음파 사건의 경우에도 카복시 판결과 마찬가지로 ▲현행법률 체계는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이원적으로 구별하고 있는 점 ▲한의사의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인 점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초음파는 2등급 의료기기로 사용 자체는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인체의 정확한 구조·병변을 확인하고, 어떤 이상이 있거나 의심이 들 경우 검사자가 즉각적으로 결정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확히 판독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방법에 오류가 생겨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의과대학에 초음파 과목이 개설돼 있고, 장부형상학회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으로 사용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B한의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의료계가 한의계가 첨예하기 대립할 것아 아니라 각각의 영역을 발전시켜 의료 서비스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B한의사가 △보건복지부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태도 변화 △한의대 교육과정의 의료기기 교육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 문제 등을 들어 '변론제기신청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변론을 제기한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에서는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면서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유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유죄로 판결한 데 대해 유화진 의협 법제이사(유화진법률사무소)는 "합리적인 판결이고 당연한 결과"라면서 "학문적 기초와 원리가 다른 한방이 의학과 의료에 편승하려는 시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유 법제이사는 "한방은 학문적 기초와 원리가 다른 의학과 의료에 편승하려 하지 말고 선조들로부터 전해온 한의학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권철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면허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대해 불법으로 판결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한의계는 의료에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선조들로부터 전해온 한의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단기기가 환자에게 위해를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평가나 판독을 잘못하면 잘못된 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 환자에게 위해를 주게 된다"고 밝힌 권 위원장은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환자에게 해를 주는 불법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고발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 초음파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2013년 2월 28일, 2011헌바398)을 통해 "초음파검사의 경우 시행은 간단하나 영상을 평가하는 데는 인체 및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함은 물론, 검사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므로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해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에게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카복시·초음파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최근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 국민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근거자료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2심에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더 현명한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직결된 이 문제는 결국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결자해지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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