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판단 앞둔 '1인 1개소법' 관전 포인트

위헌 판단 앞둔 '1인 1개소법' 관전 포인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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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국민 의견 듣겠다" 10일 공개변론...합헌 VS 위헌 공방
의료 상업화와 영리화·진료 획일화 부작용 우려...네트워크 회생 관심

▲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의료법 제33조 8항'(이중개설금지법 또는 1인 1개소법)이 위헌이냐 아니냐를 놓고 공개변론을 연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8항'(이중개설금지법 또는 1인 1개소법)이 위헌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2015헌바34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어 의견을 들은 뒤 위헌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심판 대상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등이다.

헌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등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중개설금지법에 대한 위헌 논란은 병원 개설자인 A원장이 실질적인 운영자인 B원장에게 고용됐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지급 거부 처분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A원장은 공단을 상대로 진료비 지급 거부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의료법 제4조 제2항과 제33조 제8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B원장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며, 같은 이유로 1심 소송을 진행 중인 유디치과협회도 보조참가했다.

한편, C남성의원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현재 개정된 1인 1개소법은 의료 정보 공유와 기술 발전을 막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막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직업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 위헌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과 별도로 심리하고 있다.

위헌법률과 헌법소원은 서면심리가 원칙이지만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것은 그만큼 '이중개설금지법'이 국민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중심에 있는 의료법 제33조 8항은 2012년 7월 이전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서 2012년 8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되면서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이중개설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1인 1개소 이상 경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대자본가가 병원을 몇 백 개도 가질 수 있고, 기업형 영리병원체인이 탄생할 수 있다"면서 "영리병원이 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과잉 또는 부실 진료·치료·시술을 할 수 있고,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기관이 지나친 영리를 추구해 대형화·기업화하면 환자 건강을 돌보는 본래 목적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을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 보호보다 영리추구가 우선시돼 과잉 진료·환자 유인·소규모 개인의원의 폐업·리베이트 수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중개설금지 조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개설금지법' 이후 의료인 경영 참여도 불법

이중개설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의료인이 다른 병원을 개설할 수는 없지만 지분을 투자하거나 동업을 하는 등 경영 참여가 가능했다.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 운영도 합법으로 봤다.

그러나 이중개설금지법 시행 이후 네트워크 의료기관 운영과 경영 참여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불법'이 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전국에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인지도를 높여온 네트워크 치과의원과 의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중개설금지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한 청구인들은 중복 개설·운영 형태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며, 의료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부당이득 징수대상을 개설명의인으로 보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이중개설금지법 통과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사가 비의사에게 면허를 빌려준 사무장병원 뿐만 아니라 의사가 다른 병원에 투자한 데 대해서도 불법이라며 고소·고발과 환수처분을 하고 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5(재동 83)에 자리잡고 있는 헌법재판소.

의료인만 역차별...직업선택 자유·평등권 침해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국민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혁용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부회장은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진료수준 향상과 신기술 도입 등에 유리하고, 진료수준이나 서비스의 질 관리에 엄격하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의료기관이 존재하면 국민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잉진료 문제는 경쟁을 통해 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세무사·회계사의 경우 동업형태의 법인 개설이 가능함에도 의료인만 유일하게 이중개설금지법으로 처벌과 환수조치를 받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정영호 의료재단연합회장은 "의료법 33조 8항은 네트워크병원을 규제하기 위해 개정했지만  엉뚱하게 의료법인에 대한 의료인의 권한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의료법인들은 1인 1개소법 개정으로 갑자기 범법자가 됐다. 언제나 환수조치의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의사가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면 의료법인 이사로 참여할 수 없지만 비의료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의료인 역차별과 함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의 방향성만 놓고 보면 '이중개설금지법'은 자본의 투자·참여를 비롯해 이익 배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연일 서비스발전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법안·파견법·노동개혁법 등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당장 2∼3개월 이내에 헌재의 위헌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 투자와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경제활성화 법안·건강관리서비스 등 산업화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리성 추구 조직화되면 의료행위에도 영향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도 현행법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보건의약단체는 "이중개설금지법은 보건의료의 영리화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환자 유인행위 및 과잉진료, 위임치료를 하는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사무장 병원'을 척결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면허를 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화진 법무법인 여명 대표변호사(전 의협 법제이사)는 "중복 개설·운영을 허용하는 것은 비용 절감이나 수익성 제고 등의 측면에서 장점도 있으나 의료의 상업화와 영리화·진료의 획일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특히 영리성 추구가 조직화되어 의사의 의료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5개 단체가 '이중개설금지법'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와 동네 병의원의 자생력 상실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동네 병의원의 자생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개설금지법'이라는 안전핀을 뽑아버리면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거대 네트워크의 독식 구조가 고착화 되고, 의료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국가는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보건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해야 한다"며 "'1인 1개소' 조항이 없다면, 자본력을 가진 의료인 일부가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진료가 아닌 수익창출에 몰두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1차 의료의 자생력 확보에 대해 양윤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1차의료는 복잡해지는 의료 서비스 간의 조정 역할은 물론 가족과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전 연령에 걸쳐 전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들이 비용·효과적으로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질 높은 1차 의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1차 의료의 특성에 적합한 수가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사정과 환경에 적합한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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