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통해 전문직업성 지키지 않을 땐 외부 통제·억압 심해질 것
권복규 이화의전원 교수, 4일 의료윤리연구회 '의료윤리 교육' 강연
권복규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4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강좌에서 '의료윤리교육방법론' 주제강연을 통해 "국민은 물론 의사회원 내부에서도 의사단체가 전문직단체가 아닌 친목이나 학술단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의학지식과 술기는 최고 수준이지만 전문직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자율성과 존엄성을 지키려는 전문직 윤리는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윤리는 돌팔이나 부정 의료업자와 전문직으로서 의사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권 교수는 "의사의 직업적 존엄과 사회적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윤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료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사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명윤리와 법>·<생명윤리 이야기>·<의료윤리교육 방법론> 등 생명의료와 의료윤리 분야에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섰다.
2012년 대한소화기학회에 발표한 '전문직 윤리로서의 의료윤리-의사다움이란' 논문을 통해 "전문직업성과 전문직 정신의 핵심에는 '조직화된 의료(organized medicine)'가 있다. 어떤 의사도 개인으로서는 전문직업성의 규정과 실천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회원들 역시 회비 납부, 임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을 포함한 학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밝혀 의사단체의 조직화된 규범과 회원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의료윤리는 기본의학교육 입문과정에서부터 새로운 법규와 제도는 물론 변화하는 의사단체의 정책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기본의학교육(BME)·전공의교육(GME)·평생교육(CME) 등을 통해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고 '교육'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의료윤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황하는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1차 의료의 개념과 역할이 부재 ▲경증 질환도 대형병원에 몰리는 의료전달체계 ▲세부전문의 과정을 후 원위치하는 전문의제도 ▲비윤리를 조장하는 건강보험제도 등 엉망진창인 의료시스템을 꼽았다.
이와 함께 인성교육과 임상교육 그리고 윤리교육을 혼동하는 한국적 교육이론 및 철학의 부재를 지적했다.
"환자들은 의사가 많이 배웠고, 지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 존엄과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권 교수는 "책임있는 전문가의 모습을 규정하고, 의료윤리 강령과 지침을 비롯한 전문직윤리를 수시로 교육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원에게 책임을 묻는 의사단체로서 역할을 해야만 전문직업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지 못할 때 정부나 사회가 들이대는 통제와 억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의료윤리를 제대로 가르친다면 윤리적인 의사를 양성할 수 있고, 그 결과 의료과오가 감소하며,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질뿐만 아니라 적정 의료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비의 낭비를 줄이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 더 나은 치료 성과를 거두게 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나날이 새로워지는 첨단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사들이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윤리적 갈등 상황과 맞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주영숙)는 개원의사로서 갖춰야 할 직업윤리를 공부하고,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개원의를 주축으로 지난 2010년 9월 출범한 순수 연구단체. 매월 첫째주 월요일 마다 월례모임을 열어 의료윤리 전반에 관해 학습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대한공중보건의사회 등이 단체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개인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의 다음 카페(http://cafe.daum.net/ethic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