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냐 타율이냐...'동료평가제' 의미는?

자율이냐 타율이냐...'동료평가제' 의미는?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4.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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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징계 아닌 예방 목적"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인한 집단감염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선 방안은 징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의료계의 반발이 크다.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료 평가제'(Peer Review or Peer Assessment)는 의료인 면허관리의 기본 틀이 타율이 아닌 자율에 맞춰져야 한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행위는 이를 수행하는 의사 외의 인력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의료인 스스로 정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과 일문일답을 통해 동료평가제의 의미와 목적을 알아본다.

▲ 이명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동료평가(Peer Review or Peer Assessment)란?
- 동료평가는 전문직이 가져야 할 가장 역량의 하나인 자율규제의 기본이다. 전문가의 행위는 같은 동료 전문가가 정확하고 엄격하게 판단 할 수 있다.

동료평가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해 동료이사들을 평가하는 제도가 동료평가제도이다. 동료 의사들에 의해 자신의 진료행태와 매너, 전문성을 평가받는다.

동료평가제의 목적은 무엇인가?
- 동료들이 사전에 문제가 될 부분을 발견해 지적하고 알려주는 것으로서, 징계를 위한 기능보다는 예방적 기능이 주요 기능이다. 환자 진료 중에 놓치고 있거나 실수할 수 있는 부분, 부족한 부분들을 사전에 점검하고 판단해 줌으로써 의사로서 적절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동표평가제의 사례가 있나?
기관에 대한 평가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 기관평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과대학에 대한 교육평가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평가로는 2012년 대한심장학회가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에 대한 동료평가를 한 사례를 들 수 있겠다.

외국의 경우는?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의사와 의과대학 학생·수련의 과정등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개원의 경우 동료평가의 중점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면허취득 후 35년 이상의 의료 활동 경력의사 △병원과 협력활동이 없는 의사 △의사사회에서 격리된 의사(professionally isolated doctor) △지난 5년간 3회 이상의 환자 불만고발이 접수된 의사 △본래의 전공과목 이외의 의료 활동을 하는 의사 △병원의 집행부(boards of directors)의 요청에 의해 능력(competence)이 의문시되는 의사 등이다.

동료평가제 실시 후 후속 조치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 및 시정권고 △시정명령 △보수교육(재교육) 명령 △벌금 △일부 특정 진료정지 △면허 정지 △면허취소 △형사고발 등이 있다.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인 면허관리 개선 방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과거 보다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존중하려는 부분에 있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동료평가를 제도화해 도입하기엔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우선 동료평가의 목적이 예방적 기능이고 징계는 부수적인 것인데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다. 후속조치들이 징계강화에만 편중돼 있어 예방적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없다. 경고·시정권고의 예방적 조치가 먼저 시행된 후 후속조치에 따르지 않을 때 시정명령·보수교육명령·특정진료정지·면허정지·면허취소 등의 징벌적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용어 선택의 문제도 있다. '신고'라는 용어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불만 접수' 등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이다. 평가자와 평가대상자에 대한 신변의 독립성 및 비밀을 유지하는 장치가 준비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동료평가제 도입에 필요한 것은?
동료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평가기구가 있어야 한다. 이 기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행정력과 예산,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의사단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의협 산하 각 시도지부 윤리위원회와 중앙윤리위원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있도록 전문인력( 전문가 및 행정요원)을 교육하고 양성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은 '평가'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의사가 의사를 평가하지 않으면 누구보고 하라는 것인가? 정부가 하길 원하나? 동료평가를 비판하는 주장을 들어보면 자율과 타율도 구분 못하는 것 같다.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상태에서 지레 겁을 먹고 있다. 어떤 것인지 바로 알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가 자율을 거부하면 뒤따라 오는 것은 규제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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