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전문의 확인 절반도 안해...부작용 경험 비피부과서 최대 4배
대한피부과학회,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치료 받을 것" 당부
피부레이저 치료는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피부관리실이나 한의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피부과학회가 제14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피부레이저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1일 오전 10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피부레이저 치료가 보편화 됐지만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여전히 부족해 부작용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피부레이저 시술 전 피부과 전문의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비전문적 시술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레이저 부작용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
학회에서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는 서울·경기 및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체 응답자 중 피부레이저 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9.8%로, 성인 2명 중 1명은 피부레이저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부레이저 치료가 보편화 됐지만 피부레이저로 인해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부작용을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8%로 10명 중 1명꼴이었으며,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 중 후속 치료를 받고도 개선되지 않은 사례는 1.6%였다.
또 피부레이저를 경험한 후 후속치료를 위해 100만원 이상 고액의 비용을 지출한 경우도 0.7%를 차지했으며, 피부레이저 경험자 중 약 11%가 피부레이저 부작용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심리적 고통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부과 보다 피부관리실·한의원 이용이 2∼4배 높아
이번 조사 결과, 피부과가 아닌 곳에서 피부레이저 치료를 받을 경우 부작용을 겪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레이저 치료를 받은 응답자들이 부작용을 경험한 장소의 비율은 피부과 병·의원 보다 피부관리실이 약 2배, 한의원이 약 4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레이저 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심각성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약 절반 가량(41.7%)이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등에서 피부레이저 치료를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술자가 피부과 전문의인지 확인하는 경우도 절반 수준(48%)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피부레이저 치료 후 부작용을 경험한 응답자 4명 중 1명은 부작용 치료를 위해 다시 피부관리실이나 일반 병의원, 한의원 등 비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작용 피해의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피부레이저 치료를 결정할 때 주로 고려하는 사항을 묻는 질문에도 '치료 효과'와 '가격'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34.9%, 26.4%로, '안전성(22.9%)'과 '피부과 전문의 여부(15.6%)'등 부작용과 연관 있는 지표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주요 8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피부레이저 부작용 치료 사례 69건도 공개했다.
조사된 부작용 사례 중 약 87%가 비피부과 전문의나 한의사, 비의료인에게 치료 받은 사례인 것으로 분석됐으며, 주요 부작용으로 색소변화, 흉터, 피부암 또는 종양의 오진, 화상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는 비피부과 전문의에게 점을 제거하는 레이저 치료를 받은 뒤 몇 년 후, 해당 점이 피부암이었다는 진단을 받고 뒤늦게 수술을 받은 사례 등이 소개됐다.
이처럼 피부암을 오진해 레이저 치료를 실시한 사례는 총 21건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대부분이 비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 받은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했다.
이미우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피부과)는 "피부레이저 시술 전 치료에 대한 안전성을 간과하고, 피부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의 안일한 자세는 피부 건강을 해치거나,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견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호 대한피부과학회장(서울아산병원 피부과)도 "최근 피부레이저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진료현장에서 급증하고 있어 이번 조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또 "피부에 생긴 문제는 의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춘 전문가에게 정확히 진단 받아야 하며, 의료행위인 피부레이저 치료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일반인을 위한 피부레이저 ABC 수칙'도 발표
학회는 이날 '피부레이저 바로 알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반인을 위한 피부레이저 ABC 수칙'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수칙은 올바른 피부레이저 치료를 받기 위해 점검해야 할 내용들로 ▲피부레이저 치료 전,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진단 받기 ▲피부과 전문의에게 안전하게 치료 받기 ▲피부레이저 치료 후, 전문의의 안내대로 안전하게 관리하기 등 피부레이저 전·후에 주의할 사항이 핵심이다.
학회는 앞으로도 잘못된 피부레이저 치료로 인한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공동으로 제작한 <피부치료에 사용하는 의료용레이저 안전사용 안내서>도 전국의 피부과 병·의원과 보건소 등에 배포할 계획도 밝혔다.
안내서는 ▲올바른 치료를 위한 환자 지침 ▲피부레이저에 대한 오해와 진실 ▲피부레이저 치료 전·후 주의사항 ▲부작용 사례와 올바른 대처 방법 등이며 안전한 치료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일반인들의 눈높이게 맞게 제작됐다.
<피부치료에 사용하는 의료용레이저 안전사용 안내서>는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와 대한피부과학회 홈페이지(www.derma.or.kr), 대한피부과의사회 홈페이지(www.akd.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