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혈관 스텐트, 국산제품 강세...해외서 모방 시도
업체·연구학회 등에서 스텐트 개발...인허가 부분 해결돼야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 스텐트 시술이 늘어나면서, 스텐트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 사회에서 심혈관계 질환이 급증하면서 스텐트 시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수입에 의존해온 혈관용 스텐트를 국산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해외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의 비혈관용 스텐트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혈관용 스텐트, 수입에 의존...비혈관용 스텐트는 국산 '강세'
스텐트는 혈관이나 소화기관의 폐색부위에 삽입해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기구라 할 수 있다. 꽉 막힌 혈관 내부공간을 스텐트로 넓혀 원활한 혈류를 만들어주는 원리다.
스텐트는 심혈관계 협착에 사용하는 혈관용 스텐트와 비뇨기과·담관·식도 등에 쓰이는 비혈관용 스텐트로 나눌 수 있다.
스텐트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하고 있으며,연평균 3%의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스텐트 중에서도 혈관용 스텐트가 전체 시장의 98.7%(약 76억 5000만 달러)를 차지할 만큼 수요가 높다.
혈관용 스텐트 가운데에서도 심장에 많이 쓰이는 '관상동맥용 스텐트'가 혈관용 스텐트 시장의 76.1%(58억 90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시장을 보면, 혈관용 스텐트인 관상동맥 스텐트와 뇌혈관 스텐트 등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국산 제품보다는 해외에서 수입하는게 대부분이다.
매년 혈관용 스텐트의 수입이 늘면서, 지난해 약 1203억원으로 수입의료기기 1위 품목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수입업체는 애보트·보스톤사이언티픽·메드트로닉 등 23개 기업이 있다.
반면, 비혈관 스텐트는 오히려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하며, 인정받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비혈관 스텐트는 혈관 대신 식도나 담도 등 소화기관에 사용되는데, 식도암 환자의 경우 암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면서 음식을 삼키는게 어렵지만 비혈관 스텐트를 이용하면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진다.
비혈관용 스텐트는 혈관용보다 사이즈가 크고 개발이 용이해 태웅메디칼·에스앤지바이오텍·엠아이텍 등 국내 10개 업체에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10개 업체 가운데, 6개 업체 제품은 지난해 약 461억원의 수출을 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0.3%의 성장을 하며 수출 17위 품목에 해당한다.
특히 국내의 비혈관용 스텐트는 품질이 좋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 모양이나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으며, 한국 제품의 유럽 점유율이 50%에 이를 정도다.
국내 혈관용 스텐트 국산화 개발 '활발'
국내에서 혈관용 스텐트에 대한 국산화 개발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 스텐트 제조업체인 에스앤지 바이오텍은 2007년에 인공혈관 스텐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는 스텐트 사이즈는 7·8·10mm인데 반해, 에스앤지 바이오텍의 제품은 5·6mm로 작은 사이즈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강성권 에스앤지 바이오텍 대표(양지병원 영상의학과)는 "글로벌 회사의 제품은 외국인들을 기준으로 만들다보니 사이즈가 크다"며 "반면 국산 제품은 아시아인을 위한 제품으로 개발되면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회사의 제품은 한국 환자의 실정과 다른 부분이 있다. 한국에서 제품의 불편함 개선을 요구하더라도 반영은 안되면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국내에서 만든 제품은 한국인 환자에 맞고, 시술하는데 편리하다. 앞으로도 국산화를 위해 신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의사를 중심으로 스텐트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
2013년에 임상의사·연구소·공대 교수·의료기기 업체 등이 모여 '한국스텐트연구학회'를 설립했다. 학회는 스텐트 개발을 위한 인적·물적자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같이 연구하는 사람끼리 소위원회를 만들어 연구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학회 소속 회원인 정명호 전남의대 교수는 최근 심혈관용 스텐트(Tiger stent)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 스텐트는 기존 수입 스텐트보다 유연해 시술하기 편리하고, 스트레스에 잘 견뎌 혈관을 튼튼하게 넓혀주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학회에서는 스텐트를 혈관에 넣으면 약물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흘러나와 시술 후 세포 증식으로 인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 일명 '약물방출 스텐트'를 개발했다. 글로벌기업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는 약물방출 스텐트를 국산화했으며,최근 임상시험을 끝낸 스텐트까지 보유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양수 스텐트연구학회장(연세의대 심장내과)은 "심장 혈관스텐트의 연구가 어느정도 언덕을 넘은 단계"라며 "이제는 질환 시술 수요가 적지만, 의료에서 반드시 필요한 뇌혈관 스텐트를 연구하고 개발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회사 제품 허가엔 '관대'...국내 기업에 '옥죄는 정책'
그러나 국내에서 어렵게 개발하더라도 제품의 인허가 부분이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장 회장은 "국내의 기술과 임상시험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그럼에도 국내서 개발한 제품이 거의 없는 혈관용 스텐트에 대해 식약처는 경험이 없다 보니 외부에서 질책 당하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허가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에는 규정을 엄격하게 하면서도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반면 국내 식약처는 국내 기업을 오히려 옥죄고 외국기업에는 관대한 허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 제품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허가를 빠르게 내주고, 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은 못미더워 하면서 허가를 늦게 내주고 있다"고 질책했다.
장 회장은 "국내에서 스텐트 개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학회와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서 허가 규정을 보완하고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