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넘으면 삭감 '재활 난민' 양산...집중재활·기능회복 수가 불인정
우봉식 재활병원협회장 "집중적으로 재활하면 사회 복귀...비용 덜 들어"
"심·뇌혈관질환과 중증외상 환자들에게만 '골든타임(Golden Time)'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활의료에서도 6개월이라는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청주 아에엠재활요양병원장)은 "6개월 이내에 제대로 된 전문재활의료를 받느냐 받지 못하냐에 따라 일상 생활이나 사회로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능을 좋게 할 수 없으니 보험 재정과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고 지적했다.
"누워서 지내야 하는 환자가 앉거나, 휠체어를 타야 하는 환자가 목발을 짚고 걷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6개월 동안 집중적인 재활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는 데 의료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증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활의료의 역할"이라고 설명한 우 회장은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수가체계는 6개월 동안의 집중 재활치료를 인정하지 않을뿐 아니라 2∼3개월이 넘으면 입원료의 절반 가까이 삭감하고 있다"면서 "보험제도가 재활치료를 못 하게 가로막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재활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도 부족하다. 국내에서 전문재활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별 재활병원 6곳,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국립교통재활병원 1곳, 재활의학과 전문병원 10곳, 근로복지공단이 인증한 53곳 등 70곳에 불과하다.
3개월 마다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하고, 입원할 수 있는 재활의료 시설도 적다보니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재활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재활치료 수가 종류가 몇 안되는 것도 한계점이다.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동에서는 가정복귀율이나 기능 호전을 평가해 수가를 반영하지만 우리나라는 치료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동작치료는 실제 병실이나 화장실 등에서 훈련해야 치료 효과가 큰데 이를 인정하지 않다 보니 재활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우 회장은 "고령사회를 맞아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재활치료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급성기-회복기(아급성기)-유지기(만성기) 형태의 의료전달체계를 도입하고, 아급성기에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함으로써 조기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대한재활의학회의 지지 속에 우 회장과 이상운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사회장(일산중심병원)을 주축으로 창립한 대한재활병원협회는 '재활의료'를 의료전달체계의 한 축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지난해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017년 12월 30일부터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을 비롯한 보건의료 관련 법률에 재활수가 체계와 인증 등을 비롯한 법적인 요건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우 회장은 밝혔다.
우 회장은 의료기관 종별을 규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나누고 있는 기준을 기능을 중심으로 상급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기능 특화 의료기관(재활병원·정신병원·요양병원), 외래 중심 의료기관(의원·한의원·치과의원)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회복기 재활병동을 도입하고, 장애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의료를 받도록 해 빠른 기능 회복과 가정 복귀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 우 회장은 "조기에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장애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