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 등 발간
치료거부하며 병원 전전하다 당뇨·결핵 악화
의학전문작가인 허현회씨의 죽음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명 '자연치유주의'를 주창하던 허 씨는 생전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등 저서를 출간해 현대의학 무용론을 설파했던 인물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허 씨는 지난 8일 원주의료원에서 5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인은 당뇨와 폐결핵.
허씨는 자신의 저서와 방송 인터뷰, 인터넷 카페 '약을 끊은 사람들'에 올린 글 등을 통해 '담배가 건강에 해롭고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음모이며 오히려 건강에 유익하다', '각종 성병은 면역체계가 정상이면 쉽게 회복된다', '세균이 바글대는 계곡물을 마시면 면역력이 빨리 회복된다' 등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허 씨의 가르침대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가 가족이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올라와 누리꾼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헬스케어'를 '건강한 카레'로 번역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허 씨는 자신의 지병이 악화되자 결국 의료기관을 찾았다. 그러나 일체의 엑스선·CT·MRI 등 검사와 현대의약품 처방을 거부하며 상지대 한방병원, 춘천한방병원 등을 전전하다 경남 양산의 한 요양원에서 여생을 마감했다.
그는 사망하기 전 카페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와 피로누적이 계속되면서 중증 당뇨병과 폐결핵 3기 등 응급상황으로 이행돼 부득이하게 25일간 한방치료와 13일간의 양방치료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양방지식과 양방치료를 좇아가는 한의학에 낙담하고(치료효과 전혀 없음), 화학약과 방사선으로 부작용이 극심하게 나타나는 양방치료에 절망하고, 결국 자연치유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6년전 간암, 신부전증, 오십견, 알레르기, 악성빈혈 등으로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린 상태에서 서양의학을 철저히 거부하고 이를 모두 극복해낸 것이 의학전문저술가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에 나타난 또 한번의 죽음의 나락은 또 한번 크게 변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의 마지막 변신은 결국 죽음이었다. 고인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허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필귀정이다", "당뇨병, 결핵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 안타깝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허 씨의 저서가 건강분야 서적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국민 건강의 심각한 폐해가 우려되자, 대국민 건강서적을 지난 2014년 발간했다. 전문의 76명이 집필자로 참여한 '굿닥터스'는 잘못 알려진 건강 상식을 바로 잡는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