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네트워크 자본 독점 허용하면 새내기 의료인 설 땅 없어"
김준래 공단 변호사 "의료기관 질서 와해...국민 생명권 침해"
"헌법재판소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1인 1개설)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는 순간 의료 영리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입니다."
헌재는 3월 의료법 33조 8항과 의료법 제4조 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 데 이어 조만간 위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합헌' 을 주장하고 있는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14일 의료전문지 법원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1인 1개설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합법적으로 1인의 의료인이 100개가 넘는 수 많은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운영성과에 따라 배당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1인 1개설 조항이 의료법에 명시된 2012년 2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미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환자의 무리한 유치·과잉진료로 인한 의료과소비·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 투자로 의료자원 수급계획 왜곡·소규모 개인 의료기관의 폐업 등 건전한 의료질서를 와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1인 소유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균 심사조정률이 월등히 높았고, 네트워크 치과에서는 일반치과에 비해 비급여 처치율이 높다는 통계자료도 있다"고 밝혔다.
"1인 1개설법 시행 이전인 2011년 네트워크 치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A지역의 경우 일반치과 폐업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소수의 자본력 있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을 독점하게 되면 의대를 졸업하거나 전공의 과정을 마친 새내기 의료인들이 의료기관 개설이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질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의료기관 복수 개설·운영을 금지한다고 해서 모든 네트워크 병원의 개설·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치료재료 공동구매·진료기술과 마케팅 공유 등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배후의 의료인이 자본 조달·인력 채용 등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지배하고 운영하는 형태만 이중 개설 금지규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병원경영지원회사(MSO)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개설·운영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구매 대행·인력관리·법률·회계 컨설팅·마케팅 등 병원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이를 주도적으로 지배·운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MSO를 활용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1인 1개소법은 의료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사회를 비롯해 변호사·공인회계사·건축사 등 1인 1개소만을 허용하고 있는 전문직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라고 언급한 김 변호사는 "1인 1개설 제도의 근본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인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의료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적인 한계를 둔 것"이라며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할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영리추구를 위한 경영에 몰두하게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