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단,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는 재랑권 일탈·남용" 판단
기간·금액·동기·경위·내용 등 고려해 환수규모 결정해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약사 A씨와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3억 5211만원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5구합76339)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시 C구에 ▲▲약국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약사 A씨는 약사법에 따라 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음에도 2015년 1월 5일 약사인 B씨의 면허를 대여받아 부산시 D구에 △△약국을 개설했다.
약사 B씨 역시 타인에게 약사면허증을 빌려주지 못함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약국을 개설, A씨가 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방검찰청은 2015년 5월 29일 약사법 위반혐의로 A씨와 B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검찰의 처분을 근거로, A씨에 대해 1억 5431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B씨에 대해 1억 9779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키로 결정한다고 통보했다.
공단의 환수결정 통보에 대해 원고들은 ▲▲약국을 동업해 운영하다 관계를 청산키로 하고, B씨가 A씨에게 투자한 2억 5000만원을 반환받아 다른 약국 인수에 필요한 보증금 및 권리금으로 지급했으며, 약국을 다른 약사에게 양도키로 한 만큼 명의 대여나 약사 면허증 대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험 부족등을 이유로 A씨에게 일시적으로 관리업무를 위임한 것이므로, 일정한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B씨를 고용하거나 운영성과가 모두 귀속된 것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한 이같은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고, 원고들 모두 약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약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원고들이 약국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불가피하게 근무한 점을 고려하면 공단의 환수처분은 재랑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98도2119. 1998년 10월 27일 선고)를 인용, "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약국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약사의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약사 아닌 자에 의해 약국이 관리되는 것을 약국개설 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데 있다"면서 "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했는지는 약국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약품의 조제·판매 업무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 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법 제6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면허증의 대여'에 대해 재판부는 "다른 사람이 면허증을 이용해 면허증의 명의자인 약사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약사에 관한 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용인이 무자격자인 경우는 물론이고, 자격있는 약사인 경우에도 면허증 대여 이후 면허증 차용인에 의해 대여인 명의로 개설된 약국 등 업소에서 대여인이 직접 약사로서의 업무를 행하지 아니한 채 차용인에게 약국의 운영을 일임하고 말았다면 약사 면허증을 대여한 것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2002도6829. 2003년 6월 24일 선고)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A에 대해 ▲▲약국 개설 과정에서 A가 실질적으로 지출한 금액은 거의 없고, B가 투자한 2억 5000만원을 주된 재원으로 해 약국 인수가 이뤄진 점, B가 자신의 이름으로 약국 개설등록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점, A가 ▲▲약국의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전담하기는 했으나 기간이 채 한달도 되지 않고, 주된 운영 수익인 요양급여비용은 B가 직접 관리한 점을 종합하면 약국의 실질적인 개설자는 B인 만큼 A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B에 대해 재판부는 B의 명의로 개설된 ▲▲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한 바 없이 A에게 약국 운영을 일임했으므로 약사 면허증을 대여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는 속임수가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부당한 방법으로 수령한 보험급여비용의 전부를 징수할 것인지, 일부를 징수할 것인지는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행정청은 위반행위의 규모·기간·사회적 비난의 정도·위반행위로 인해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받은 다른 사정·행위자의 개인적 사정·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이익의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사안에 따라 적정한 징수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된 이상 항상 그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해야 한다는 공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는 위반하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B가 ▲▲약국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교적짧은 기간 동안 A에게 운영을 일임한 점, A는 약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수행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 A의 면허증 대여행위로 인해 B가 공단으로부터 본래 지급받아야 할 요양급여비용을 초고한 금액을 지급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B의 약사법 위반행위의 동기·경위·내용을 볼 때 요양급여비용의 전부를 징수해야 할 정도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단의 환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