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개원해도 '위법'

의사가 다른 의사 명의로 개원해도 '위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22 08:0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에게 고용된 의사 병원장, 56억원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검찰 "의료법에 따라 개설"...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

▲ 서울행정법원
의사에게 고용된 의사 병원장이 실질적인 병원 인사와 운영을 하지 않았다면 사무장병원과 다를 게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56억원대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5구합71716)에서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들어 요양급여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1년 2월 28일 서울시 D구에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 공단은 2015년 5월 27일 의사인 B씨가 A씨의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도록 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했다며 2012년 8월 2일부터 2015년 3월 18일까지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56억 620만원을 환수처분했다.

A씨는 "B씨에게 병원 운영에 도움을 받았지만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고, 의사·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등 병원 업무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했으므로 공단의 환수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명의를 대여했다 하더라도 B씨 역시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이고,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았으므로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 제33조 제2항과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제자인 B씨가 의료경영 자문 컨설팅을 하는 주식회사 ●●●●관리연구소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이메일을 통해 ○○○○요양병원에 관한 일일업무보고와 일일자금현황을 지속해서 보고받았고, 의사 채용을 A씨가 아닌 B씨가 결정하고, 간호사와 직원 채용도 A씨가 아닌 B씨에게 보고한 점, 직원들이 B씨가 실질적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했다는 진술을 한 점, 수사기관도 ○○○○요양병원을 A씨가 아닌 B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결론을 낸 점 등을 들어 실질적인 개설·운영자는 B씨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란 적법하게 개설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러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를 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관한 형사사건에서 "A씨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주식회사 ●●●●관리연구소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의사 자격이 있는 B씨에게 고용됐으며, B씨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됐으므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 적법한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민사 사건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형사사건에서 검찰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불기소 처분했지만 행정법원은 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면서 "행정법원은 의료법상 적법하게 개설한 의료기관만이 건강보험법상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일반인이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점은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데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8항(이중개설금지 또는 1인 1개소)에 대해 위헌소원(2015헌바34)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심판 대상은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등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