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회장, 외인사 명백함에도 비논리적 진단서 비난
의료계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 지탄, "부검 필요하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은 외인사가 합당하다"며 "부검에는 외부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정확한 사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 회장은 4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3일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 발표에서 교수 결정에 의해 사망진단서가 작성된 것을 확인한 순간 전공의 대표로서 해당 전공의 선생님이 짐을 벗게 된 것에 대한 자유로움과 사망진단서에 대한 특위의 발표에 참담함을 동시에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시관 2년,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3년간 일하면서 의료진 실수로 잘못 쓰여진 사망진단서는 간혹 봤어도 이렇게 일관적인 논리가 없는 사망진단서는 처음 봤다"고 혹평했다.
기 회장은 법의학교과서 및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설명하며 "사망 분류는 외인사로 표기되는 게 합당하다.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의사 10명에게 쓰라고 한다면 백선하 교수처럼 쓰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 비판했다.
또 "특위에서 백선하 교수를 제외한 모두가 외인사라 했음에도 사망진단서는 그대로 유지됐다. 주치의 철학이나 특수상황에 대한 진정성은 같은 소리는 비겁한 변명"이라며 "서울대병원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서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고 추후 의사들은 사망진단서 발부 때마다 보호자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늘어갈 것"이라 한탄했다.
그는 철저한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학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개탄했다. 부검 논란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찬성과 반대여부가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라고 판단되는 현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는 불쾌감도 드러냈다.
기 회장은 "고 백남기 씨가 시위 도중 외상으로 인한 경막하출혈이 직접사인이 아니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음에도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부검은 사인을 명확히 밝히는 데 필요한 행위"라 설명한 기 회장은 "우리나라 부검 시스템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의학적·객관적 입장을 지켜왔다"고 타당성을 밝혔다. 이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시관으로 일할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여러 번 부검에 참여했다. 부검 결과는 의학적 소견만 기록될 뿐 외부 개입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부검과정은 모두 녹화될 수 있으며 법원은 영장에서 유족측 참관인을 입회할 수 있게 했다"고 개인적인 경험도 덧붙였다.
기 회장은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부검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의 잘못된 사망진단서로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었던 고 백남기 씨는 입원 300여일 만인 9월 25일 숨을 거뒀다.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 기재했고 추후 논란이 되자 서울대병원은 3일 특별위원회를 열고 사망진단서를 재논의했다. 백선하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특위 위원들 모두가 병사가 아닌 외인사란 의견을 밝혔으나 사망진단서는 수정되지 않았다.
이후 특위원장인 이윤성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외인사가 맞다. 그러나 사망진단서는 주치의 고유 권한이다. 단, 내가 뇌수술을 받는다면 사망진단서는 백선하 교수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