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집있는 보증인 없으면 입원 못해?

세브란스병원, 집있는 보증인 없으면 입원 못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12.1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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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약정서에 '자택' 여부 확인…환자 가족들 보증인 구하느라 고생
보증인 자가 소유 집 여부는 공정위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에도 없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자가 소유의 집이 있는 지인이 연대보증을 서야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한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6년 동안 국민들이 가장 만족하고 신뢰도 높은 병원 1위를 자랑하는 세브란스병원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OO 씨(40세)는 세브란스병원에 위 천공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수속을 했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가 수술비는 약 150여만원 나올 것 이라고 얘기하면서 연대보증인 서명이 필요하다고 해 남편 최OO 씨(41세)가 서명을 하려고 하자, "직계가족은 안되고, 다른 사람의 연대보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또 병원 직원은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은 보증인이 될 수 없으니 꼭 자가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해 남편 최 씨는 '집을 소유하고 있는 지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세브란스병원 입원약정서 양식. 세브란스병원은 연대보증인 자격에 공정위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에서도 권장하지 않는 '자택', '전세', '월세' 항목을 기재하도록 해 환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입원약정서 하단에 '연대보증인' 기입란이 있으며, 보증인은 치료비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가족·친지·지인 등)으로 되어 있고, 보증 채무최고액은 5000만원, 3년기간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대보증인의 인적사항 기입란에 주택보유 사항에서 '자택'·'전세'·'월세'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으며, 되도록이면 자가주택이 있는 사람을 보증인으로 할 것을 환자 및 가족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의료급여 환자 등의 경우는 입원약정서를 쓰지 않지만, 일반 환자들의 경우 미수급이 발생하거나, 탈원 환자(진료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환자)가 많다보니 자가주택이 있는 사람을 보증인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은 자가주택 소유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우선시하지만 전세라고 해서 약정서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편 최 씨는 "병원측으로부터 전세라도 상관 없다는 말을 듣지 못해 자가주택이 있는 사람을 보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이러저리 발품을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브란스병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권고한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을 과대 해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을 개정(2014년 9월 19일)하면서 연대 보증인이 있는 경우 연대보증인과 환자가 입원비 등을 함께 납부하도록 했다. 그러나 연대 보증인이 없는 경우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는 근거로 악용될 우려는 차단했다.

또 진료비 납부는 연대 보증인이 있는 경우에만 연대보증인과 함께 납부하도록 한 것이지, 환자에게 연대보증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특히 개정된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에는 연대보증인의 이름, 생년원일, 연락처, 주소, 보증채무 최고액, 보증기간에 대해서만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은 입원약정서를 받는 과정에서 공정위 권장사항에도 없는 '자택'·'전세'·'월세' 항목을 기재하도록 해 환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공정위 표준약관에 없는 내용을 입원약정서에 포함시킨 것은 맞지만, 연대보증인의 경제력을 평가하기 위해 항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입원약정서에 자택 여부를 기재하도록 한 것이 공정위 표준약관을 위반한 것인지 공정위에 의견을 물을 계획이며,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입원약정서 양식(자택 여부 기재 항목 삭제)을 개선할 것"약속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병원들도 입원약정서를 받고 있는데, 세브란스병원처럼 강제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병원 관계자는 "보증인의 생년월일, 연락처, 직장명, 주소 정도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자가주택 여부의 정보는 기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입원약정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는 없고, 입원약정서 상 연대보증인은 환자의 대리인의 성격으로서 환자의 병동생활 기간 동안 보호자의 의미를 가지며 필요시 병원측에서 환자치료 관련해 연락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B병원 관계자도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을 기재하는 란이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고, 보증금도 없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도 "입원약정서에 자택 여부를 기재하는 란은 있지만, 환자들에게 강제적으로 쓰라고 하지 않고 , 보증금은 애초부터 받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권장하고 있는 표준약관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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