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KMA-TV·홍보 자료 문제 삼아..추무진 의협 회장·임직원 고소
검찰 "공공 이익 위한 것이라면 비방 아니다" 무혐의 처분내리기도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한방의 비과학성을 비판한 대한의사협회장과 의협 임직원을 잇따라 형사 고소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지난 1월 5일 의협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KMA TV-알고 있었나요? 한약의 세계화' 동영상에 대해 한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추무진 의협 회장과 안양수 의협 총무이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의협 인터넷 방송인 'KMA TV'는 지난해 12월 7일 개국 기획영상으로 '한약의 세계화'를 제작,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했다.
'KMA TV-한약의 세계화'는 오랜 기간 동안 임상시험 절차 등을 통해 철저히 검증되는 의약품과 달리 아무런 과학적 검증절차 없이 제조가 허용되는 한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정부의 한약 세계화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양수 의협 총무이사는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고소에 따라 17일 오후 2시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이번 고소에 앞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2015년 10월 13일 발표한 '한의에 의료기 교육하는 것은 강도에게 칼을 쥐어 주는 것과 같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문제 삼아 2016년 9월 추무진 의협 회장을 비롯해 홍보이사·한특위 위원장·홍보팀장 등 4인을 경찰에 모욕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12월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현재 검찰 송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앞둔 상태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또 ▲2015년 12월 15일자(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연구목적으로도 불법) ▲2016년 1월 12일자(엉터리 시연 후 당위성 주장하는 한의협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2016년 1월 15일자(사실조차 왜곡하고 거짓말하는 오리발 한의협) 등 3건의 보도자료와 관련, 지난 1월 3일 경찰에 추무진 의협회장과 김주현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밀도 측정기 '오진' 지적도 고발...검찰 '무혐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두 단체가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의협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불신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의협 추무진 회장 등을 상대로 고발한 '한의협 골밀도 측정기 시연'과 관련한 형사 고발 건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지난해 1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하면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29세 남성의 골밀도 측정하면서 "발목 뒤쪽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검사를 했다"면서 골밀도측정기에 나타난 'T-Score -4.4' 수치를 가리키며 "골다공증다. 골수를 보충시키는 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불법 의료기기 사용과 초음파 골밀도 측정행위에 대해 의협은 "건강한 20대 남성은 골밀도 진단의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 검사는 종골(Calcaneus)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라며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측정한 검사 방법에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한의협 회장은 측정 부위도 몰랐고, 초음파젤도 잘못 발랐으며, 결과 해석조차 틀렸고, 처방도 잘못됐다"면서 "학문적 원리가 전혀 다른 한의학이 현대의료기기를 멋대로 사용한다면 국민건강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의협이 1월 15일과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한 ▲건강한 20대 남성이 한의사에게 골밀도 검사를 받고 골감소증이라는 오진과 함께 하마터면 존재하지도 않는 골수보충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고가의 한약을 처방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오진으로 인해 잘못된 한약을 권할 수 있습니다 ▲해석오류, 엉터리 진단, 잘못된 처방 등 한의사들의 치명적인 오진으로 건강도 해치고 큰돈도 버릴 수 있습니다 등의 글을 문제 삼았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2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현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양의사들의 한의학 폄훼에 대해 고소 고발을 수차례 진행한 바, 명예훼손과 모욕이 분명함에도 특정한의사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기자회견 관련 양의사들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명백히 나를 대상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에 적극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며, 첫 번째로 추무진 양의사회장을 고소하게 됐다. 오늘 추무진 회장 고소 진술을 시작으로 비방 정도가 심한 양의사들을 상대로 추가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고소인 신분으로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학적 오류가 있음을 알리고, 의료법에 의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제작해 게시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대법원 "공공 이익 위한 것이라면 비방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의자들은 본 건 게시물을 게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피의자들이 해당 게시물을 게시한 목적 및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의 명예 훼손에 관해 법적 판단의 잣대로 제시한 것은 ▲현행 법률 ▲대법원 판례 ▲형법 등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서울지검은 "의협 게시물은 의료법 제27조 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과 X-선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환자의 성장판 검사를 한 사안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2009도6980. 2011년 5월 26일 선고) 등에 근거해 국민이 정확한 검사를 받고, 오진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며 의료법과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명예훼손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2009도12132 판결(2010년 11월 25일 선고)을 통해 "공공의 이익에 관련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지검은 "대법원 판례의 태도로 보아 피의자들의 게시물은 허위사실로 볼 수 없으며, 고소인 및 한의사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지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요하는 의료기기인 골밀도 검사기등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이 사용하면 해석의 오류 및 오진 등의 위험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해당 게시물을 게시한 것"이라며 "주요 목적과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만큼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310조(위법성 조각)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의협을 상대로 제기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시연에 관한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협의 광고가 한의협회장을 비방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일부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이 광고는 전체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광고에 적시된 사실들이 진실이거나 혹은 적어도 의협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의협, 의사 비방 묵과 안한다...법적 대응 천명
한의협이 잇따른 고소에 의협도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의협은 먼저 페이스북에 수 차례에 걸쳐 '의약품 사고의 주범은 양의사', '양의사 처방에 대하여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면 한의사에게 상담 받으세요', '당신도 양의사에 의한 성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등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게시한 한의사 단체 참의료실천연합회(참실련)를 명예 훼손 및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모욕 및 명예훼손)로 기소된 사건(2016고정371)에서 참실련 소속 한의사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피고 측 항소로 현재 서울북부지방법원(2017노60)이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전체 의사들의 명예를 지속해서 훼손하는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