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 5등급도 간신히, 구하는 족족 서울로
간호수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인력난 계속
"간호간병통합서비스요? 당연히 하고 싶죠. 좋은 걸 누가 모릅니까. 하지만 사람이 있어야…."
지방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A병원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에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그림의 떡, 넘지 못하는 문턱이다. 필요성은 절감하나 도입을 할 수가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간호인력 쏠림현상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에 이어 빅5까지 참여의사를 밝혔다. 올해는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 같다. 3월 신규 간호사들이 배출되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다"며 "간호사를 뽑아도 오지 않거나, 큰 병원에 '웨이팅'을 걸어놓은 후 중간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정말로 필요하는 곳은 지방이다. 고령 환자는 많은데 젊은 사람은 부족해 옆에서 간호를 해줄 사람이 없다"며 "그런데 지방은 간호 5등급 유지도 어려운 병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면 전체 병동이 무너져버린다"라고 했다.
간호인력들이 대도시, 특히 서울로 주로 쏠리는 주요 이유는 처우 때문이다. 간호업계 관계자들은 "사회문화적 인프라는 물론 임금과 복지도 수도권이 월등하다.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낮은 임금과 처우, 그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은 노동강도로 근무를 꺼리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A원장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방 중소병원은 인프라도, 환자 구성도 다르다. 둘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다만 처우가 좋은 곳도 인력난에서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들며 심각함을 하소연했다.
그는 "서울 소재 중소병원들보다 임금을 많이 주는 지방 중소병원들도 간호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다"며 "경우에 따라 간호등급을 포기하는 병원도 있다.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로 대체해 겨우겨우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센티브 차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신규 도입 공공병원에 최대 1억, 민간병원에 최대 5000만원의 시설지원비를 지급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인력 수급이 먼저"라며 "간호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도 중소병원 인력난에 공감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도 시설지원비 50억원을 지원한다. 취약지 병원에는 별도 인센티브도 준다. 또 작년에는 간호등급 1:16을 신설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라며 "병원급 우선 지원 등 향후 지원 방법을 고심 중"이라 말했다.
다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인력난을 가중시켰다고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으로 "상급종합병원이라도 전체 병동에 모두 적용하는 게 아니다. 최대 2개 병동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중소병원의 간호사 처우 개선과 정부의 간호수가 보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같은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점도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협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행하는 많은 중소병원들이 일반병동 간호사를 빼서 서비스 병동에 배치시킨다. 노동강도는 올라가지만 급여는 올려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호사 임금을 올려 처우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적절한 간호수가가 보전되지 않아 병원장들이 간호사를 '재정부담 요소'로 인식하는 현 수가체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 처우 개선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간호사 채용이 긍정적인 요소로 인식돼야 한다"라며 "적절한 수가체계가 만들어져야 병원이 간호사를 충원할 것이며, 간호사들도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 밝혔다.
간호인력 증원으로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 간호대 정원을 늘려도 부족한 곳은 계속해서 간호사가 부족하며, 간호사들의 평균 근무 년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라며 "수가 개선 및 중소병원 처우 향상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