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법적 검토 완료하며 가능성 점쳐
건보공단 건강증진서비스와 힘겨루기 시작?
민간보험사들의 '건강생활서비스' 상품개발이 본격화될 움직임이다. 최근 법 자문까지 완료하며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유사사업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증진사업도 확대를 앞두고 있어 그 당위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3일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의 건강생활서비스 제공 관련 법적 쟁점' 보고서를 공개하며 상품개발 가능성을 검토했다.
건강생활서비스란 운동이나 금연, 영양관리,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기획이나 상담, 교육과 정보제공 등을 말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실시되는 건강생활서비스는 건강 위험도 측정 및 의사의 처방전 작성, 생활습관 개선 지원 및 평가과정 등의 단계로 나뉜다.
이같은 서비스에는 진단이나 검사, 처방전 발행 등의 의료행위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들 서비스가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을 통해 활성화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보험사 등 비의료기관들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구분, 비의료행위에는 다양한 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원은 '특정 행위를 권유했을 뿐 병상이나 병명을 판단 혹은 규명해 설명하지 않았다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들며 참여 가능성을 전망했다.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전화나 문자 등을 활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험상품에 포함시켜 일종의 부가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으며, 그 방식으로는 보험회사 별도 부수업무로 혹은 자회사 설립 후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경우 환자의 질병정보를 수집·이용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 볼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질병정보 수집·이용이 필요한 경우 이것이 보험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정보가 건강정보이며 질병정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도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건강생활서비스 상품개발은 의료계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형선 교수(연세대학교)는 "보험사들의 건강관리서비스업 진출은 건강보험을 교란하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해마다 갱신하는 사보험에서 환자 건강관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나. 건강관리는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미 건보공단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새누리당 송석준 의원이 발의한 '건보공단 건강증진사업 근거 명확화' 법안이 올해 통과되며 건강교육 및 상담, 건강생활 실천 등 예방사업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 상황이다.
앞으로 건보공단은 ▲건강교육 및 상담 ▲건강증진사업 및 건강정보 제공 ▲건강 유지·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개인건강기록 등 정보체계 운영 ▲건강검진 결과를 활용한 건강관리사업 ▲만성질환자의 건강유지 및 증진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민간보험사의 건강생활서비스 상품개발 당위성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