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벤 허가는 곧 지방육종 치료의 발전 의미"

"할라벤 허가는 곧 지방육종 치료의 발전 의미"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4.0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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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희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안진희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연부조직육종은 암세포가 지방과 근육·신경·섬유상 조직·혈관 등 연부조직에 발병하는 악성종양으로 지방육종은 연부조직육종의 흔한 타입 중 하나다. 진행성·전이성 연부조직육종은 예후가 좋지 않아 새로운 치료옵션이 시급하다.

전이성 지방육종 치료제로 지난 1월 허가받은 단일요법 치료제 '할라벤(성분명: 에리불린)'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 안진희 교수를 최근 만나 연부조직육종의 현황과 최신 지견, 할라벤 출시의 의미 등을 들어봤다.

연부조직육종의 국내 발생현황은? 한국 연부조직육종 환자만의 특징이 있나?

연부조직육종은 발병 부위에 따라 50가지가 넘고 아형에 따라 악성도도 다양하다. 수술로 절제할 수 있는 육종도 있고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도 낮아 조기진단이 어렵다.

한국 환자 만의 특별한 특징은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연부조직육종 역시 다른 희소암처럼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해 국내 발병현황 등 통계데이터 등을 얻기 어려워 문제다. 질환 코드도 아형에 따라 여러 분류에 섞여 있어 파악하기 쉽지 않다.

매년 약 700~800명 정도의 신환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발병암의 약 1% 정도다. 그 중 지방육종은 약 10%로 육종 중 흔한 편이다. 환자 수가 적다 보니 국가적인 관심이 적고 통계조차 명확하지 않아 신약이 나오더라도 허가나 급여승인이 어렵다.

할라벤의 지방육종 적응증 추가의 의미는?

수술을 통해 연부육종을 완벽히 절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술 후 30% 전후의 재발률을 보인다. 재발한 환자 중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연부조직육종은 항암치료 옵션이 매우 적다. 특히 국내는 더욱 제한적이다. 그나마 지난 1월 할라벤이 지방육종 치료로 적응증을 허가받아 치료 옵션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할라벤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린 최초의 단일제제다. 'study 309' 연구에 따르면 할라벤은 전이성 지방육종 환자의 '전반적 생존기간(OS)'을 항암제 '다카바진'보다 2개월 늘렸다. 다카바진은 11.5개월, 할라벤은 13.5개월을 기록했다.

안트라사이클린계 약물을 포함해 하나 이상의 추가 제제를 투여받은 표준치료에도 악화된 국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지방육종 성인환자 143명을 하위분석한 결과, 할라벤 치료군(71명)의 생존기간 중간값이 15.6개월을 나타냈다. 다카바진 치료군(72명)보다 평균 7.2개월 길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역시 지방육종에 대해 할라벤 치료군의 중앙값은 2.9개월로, 다카바진 치료군의 1.7개월보다 1.2개월 늘어났다.

특히 할라벤은 지방육종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연구에서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전이성 지방육종에 대한 치료옵션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할라벤의 등장은 연부조직육종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예비투약이나 예비배합 과정없이 2~5분의 짧은 주입시간으로 편의성이 큰 것도 장점이다.

지방육종과 유방암 모두 단일요법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단일요법의 장점은 항암제의 독성을 줄인다는데 있다. 여러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보다 독성이 낮아 부작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인다. 특히 전이성 지방육종과 같이 완치가 아닌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가 목표인 질환은 단일요법의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할라벤 역시 단일요법으로 쓴다.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다른 항암제의 경우 투약을 위해 입원해야 하지만 할라벤은 3주 투여주기 동안 단 두 번만 외래로 방문하면 된다. 투약시간도 2~5분으로 짧다. 물론 단일요법 약제가 할라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할라벤처럼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단일제제는 없다.

실제 사용한 사례가 있나?

할라벤이 지방육종 치료제로 국내 승인을 받은 지 얼마 안된다. 아직 지방육종 환자에게 사용한 경험은 없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이기도 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투여한 사례는 많다. 이 때 할라벤의 편의성이 부각됐다. 할라벤은 아직 모든 적응증 급여되지는 않는다. 조기에 투여하고 싶어도 쓸 수 없어 아쉽다.

사실상 한국은 급여되는 전이성 지방육종 치료제가 많지 않아 더욱 문제다. 20~40대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방육종의 특성 탓에 삶의 질 유지가 중요한데 급여되지 않아 할라벤을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항암요법을 사용한 이후 할라벤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됐는데 이 조건에 맞는 환자가 온다면 할라벤을 바로 투여할 것 같다.

환자 수가 적은 희소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많은 질환보다 늘 국가나 사회적 관심에서 밀린다.

희소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제약사나 병원, 심지어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 밖에 있다. 신약이 개발돼 허가받고 급여받는 과정에서 보통 그 효과를 입증할만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가 필요한데 희소질환은 관심과 환자 수 측면에서 주요 질환에 밀리다 보니 임상 기회를 만드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연부조직육종도 상당히 드문 질환이다.

재정적으로 단일 기관이 임상 연구에 나서기가 어렵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만약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힘들다면 여러 단체나 기관, 나아가 국제적 협업을 통해 펀딩을 하거나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기관 네트워킹을 통해 희소질환자 치료 케이스를 발굴하고 연구에 힘을 실었으면 한다.

보통 치료 의사에게 의학적인 치료 역할 뿐 아니라 희소질환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는 역할까지 지우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선진국은 희소암 치료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이 있다. 영국은 항암펀드를 통해 건강보험 이외의 프로세스를 통해 희소질환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아직 희소질환에 대한 관심이 적어 활발한 활동은 없지만 내가 속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희귀암분과'는 연부조직육종과 같은 희소질환을 연구하고 특정 질환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 의견을 내기도 한다. 비록 큰 규모의 연구는 힘들지만 조금이나마 환자에게 힘이 되려고 노력한다. 연부조직육종 등 희소한 질환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한국 환자를 위한 지원 제도가 마련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할라벤 역시 급여승인을 받아야 폭넓게 처방될 수 있어 보인다.

급여승인받지 못한 약은 외국에서 여러차례 치료효과가 입증됐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한국 육종 치료의 가장 큰 난관이다. 연부조직육종은 치료 옵션이 매우 적어 국내에서 급여승인된 약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는 국내에서 급여승인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이미 적응증을 확보한, 즉 효과가 입증된 약을 써 보길 원한다. 물론 한국도 사전신청 제도가 있지만 치료가 급한 환자가 그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특정 약제를 쓰고 싶다는 의지와 재정적 능력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쓰기 어렵다. 치료옵션이 적은 희소질환에서는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환자가 원하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진료 권한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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