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관련 업무는 명백한 의료행위, 청능사 단독행위 불가
사회적 합의 없는 추진은 면허제도 혼란만 가중시킬 것
청능사란 청력검사 및 어음명료도 검사, 보청기 검사와 선정부터 판매와 관리 등을 담당하는 청각관리사로, 민간자격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청능사협회는 고령화 및 난청 증가로 청능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그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향후 국가자격으로 신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연희 의협 대외협력자문위원은 12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개최한 '고령사회 난청 해소와 청능자 자격제도 토론회'에서 "청력 관련 업무는 명백한 의료행위다.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에서 의사 진료를 지원하는 형태로 가능할 것"이라며 국가자격제 추진을 반대했다.
일부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41조를 근거로 의학적 진단 및 치료를 청력검사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료행위 여부를 구분짓는 것은 시술의 용이성이 아니라 시술로 인한 효과나 부작용인데, 청각·청력검사는 단순히 청력측정이 아니라 진단의 한 수준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청력검사와 청력진단·치료는 항목상의 구별일 뿐 행위의 구분이라 할 수 없다. 청력검사 후 그에 따른 의학적 진단 및 치료처치가 이뤄지는 게 그 이유"라고 했다.
특히 "보청기 착용 권고는 치료처치의 일환에 불과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 및 치료처치를 배제한 채 단지 청력검사 후 보청기 착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청기 판매업자의 난립이 문제가 된다면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단과 사후관리를 통해 관리돼야지, 청능사라는 새로운 면허제도 도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청능사의 보청기업소 개설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미 2007년과 2009년 청능사를 의료기사에 포함하고, 청능사가 아니면 보청기 조제 및 판매업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각각 발의된 바 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그는 "청력장애는 의학적 원인을 밝혀 알맞은 치료를 해야 해 전문의 진료가 필수적"이라며 "청각손실 원인과 치료법은 다양하고 진행정도의 변화도 심하다. 전문지식 없이 청능사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안경사만 별도 안경업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청능사 역시 이를 허용토록 해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경사와 청능사간 업무성격 차이가 크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시력검사는 단순하며 비침습적이며 국민건강의 위해정도도 낮다. 반면 청력검사는 시력검사보다 복잡하고 침습적"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야 면허제도로의 편입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면허제도와 상충돼 국민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 덧붙였다.
정종우 대한청각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은 외국과 우리나라간 의료환경 차이를 들며 청능사 국가자격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굉장히 뛰어나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때 주변의 보청기회사를 찾는 게 쉬울까,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는 게 쉬울까"라 반문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청능사 제도가 잘 정립된 건 의료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 기인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은 청능사들이 1∼4년가량 병원에서 임상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과정이 없다"라며 "제도적 뒷받침 없는 상태에서는 결국 환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복지부 임동민 사무관(장애인자립기반과)은 "보청기는 의료기기이면서 장애인 보조기기다. 의료기기는 의료기사나 의료인이 다뤄야 할 영역"이라며 "일단 청능사 업무영역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 입장에서는 청능사가 민간자격보다는 국가체계 자격으로 관리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다만 자격제도로 인해 또 다른 규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단체들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