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플랫폼 개발시 소규모 병원에 유용 전망
신속과 효율에서 인간이 기계를 앞지를 수는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인간이 설 자리는 있을까. 왓슨을 필두로 한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의사를 대체할 것이란 두려움이 이미 의료계를 한 차례 휩쓸고 간 이유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의사의 영원한 '조력자'에 불과할 것이란 시각이 현재로써는 지배적이다. 사람을 대신할 만한 고강도 인공지능은 없다는 것.
갖은 거추장스러운 일을 인공지능이 담당하면 의사는 필요한 진단과 판단을 내리는 효율적 결정주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해 보인다.
서준범 교수(서울아산병원 인공지능의료영상사업단장·영상의학과)는 7일 '인공지능과 방사선의학'을 주제로 열린 제31차 방사선의학포럼에서 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에 가져올 변화를 소개했다.
"전공의들에게 폐암 찾는 법을 가르칠 때 폐의 어느 부분을 봐야 하고 이건 맞고 저건 아니라고 가르친다. 인공지능에게 정답을 줬더니 사람이 배우는 방식 그대로 학습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랐다. 인공지능을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술로 영상정보를 파악하면 굉장한 혁신이 된다"라며 그간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폐·간·심장질환 영상판독 지원을 위한 AI 원천기술 개발 및 의료영상저장 전송 시스템 연계 상용화' 연구를 수행 중인 서 교수의 목적은 국내기술에 기반한 의료영상 플랫폼을 만드는 것.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빠르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비용효과성까지 띌 수 있다.
서 교수는 "매우 비싸지만 유용한 7T MRI는 선뜻 도입이 어렵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3T MRI 영상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변환했더니 7T MRI로 찍은 것과 굉장히 유사했다"라며 "고도화 기능이 발전하면 다른 회사나 조건에서 찍은 영상들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영상을 해독해 질병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70∼80%의 정확도를 보인다"라며 "인공지능의 예비판독을 거쳐 의사가 최종컨펌을 한다면 일의 효율이 증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같은 방식은 '한국형 왓슨'으로써 특히 소규모 병원에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는 "영상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유사증례 검색으로 제공한다면 진단과 치료법 제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높은 의료질 접근을 보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김치원 원장(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도 인공지능의 효율성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데이터간 연결관계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사람의 생활패턴과 의료이용을 결합한다면 조기진단의 용도로도 가능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을 하면 일주일이 걸리는 유전자데이터 분석을 왓슨은 15분만에 끝낸다. 가령 백혈병 환자는 데이터분석이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해지니 이에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공지능이 의미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왓슨에 너무 겁먹지 말 것도 밝혔다. 알고 있는 결과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데 그친다는 것.
김 원장은 "왓슨은 대장암환자에게 항암제 폴폭스를 추천했다. 대장암환자에게 폴폭스를 쓰는 건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왓슨이 이야기하면 대단한 것인가"라며 "암치료 지침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변화가 있더라도 대학병원 교수들이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왓슨의 원래 취지는 작은 지역사회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용이었다. 모든 암을 다 보는 전문가가 없으니 도움이 되자는 취지였다"라며 "대형병원 위주로 도입되는 한국은 활용에 한계가 있을 듯 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