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미국 진출 위해 영문명칭 'MD'로?

'한의사' 미국 진출 위해 영문명칭 'MD'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7.0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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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한방병원 "WDMS 한의대 등재·'Physician' 인정 받아야"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연구보고서 통해 주장

▲ 경희대 한방병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제출한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연구 과제 최종 보고서
한국의 한의사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보건복지부가 발행하는 영문면허증에 'MD'로 표기토록 하는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은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제출한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연구 과제 최종 보고서(총괄책임자 김영철·경희대 한의대 교수·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의사 영문면허증에 MD 표기와 함께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WDMS)에 한국의 한의대를 모두 등재해 한의대 교육이 'Physician'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임을 국제적으로 증명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WDMS 등재를 위한 방안으로 "한의대 6년 교육과정 중에 Bio Medicine(생물 의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고, 병원 임상실습 시간 등을 늘려야 한다"면서 "한의대 졸업과 한의사 면허증 취득 후 대한민국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한의사 일반의·공중보건의사·군의관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법적 근거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WDMS에 한의대가 등재되지 않으면, 미국 내 어떠한 기관에서도 한국의 한의사 인력에 대해 제대로 된 의학관련 교육을 받은 직군으로 인정해 줄 방법이 없다"고 밝힌 연구진은 "한국 한의사가 공식적으로 미국 의학 연구계와 임상 의료계에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영문면허증의 개정과 한국 한의대의 WDMS 등재를 한국 정부의 역량을 총 동원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손꼽았다.
 
한의사 영문면허증에 MD를 표기하고, WDMS에 한의대를 등재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의 제안에 대해 권철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MD(Doctor of Medicine)를 쓰려면 정규 의학교육과 실습 교육을 통해 의대(의학사)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의학석사)을 졸업해야 한다"며 "학문적 배경과 원리가 전혀 다른 한의학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MD 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권 위원장은 "한의학이나 한방의료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는 것이 먼저"라면서 "단순히 MD라는 영문명칭을 표기한다고 해서 세계의학계가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한의사와 의사는 교육·면허·연구 제도가 모두 다른다. 아무리 MD를 주장한다고 인정해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호박에 줄 몇 개 그었다고 수박으로 부를 순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MD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의대와 의전원에 입학해 이론적인 학습 외에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실습과 종합평가 과정을 통과해야 하고, 의사국가시험을 거쳐야 한다"며 "아무리 한의대에서 해부학·약리학 등을 배운다 하더라도 세계의학교육기구에서 한의 교육과정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보고서에서는 미국에서 침·추나·반사요법·심신의학·아유르베다 등이 주류 정통의학이 아닌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 CAM)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밝혔다.
 
연구진은 "CAM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고 할 만큼 그 증거가 불충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한의사가 미국에 침구사로 진출한다 해도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국 침구사(acupuncturist) 면허제도에서 특히 중요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추나·약침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밝힌 연구진은 "추나는 카이로프랙터의 직능이고, 약침은 주사이기 때문에 의사(MD) 또는 MD의 처방에 따른 간호사의 직능에 해당한다"면서 "미국 한의사는 MD와 전혀 다른 직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한의사는 MD가 아니므로 당연히 입원실을 갖춘 병원급을 운영할 수가 없고, 미국 한의사의 지위는 한국의 경우를 보자면 안타깝지만 대략 물리치료사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한약제제가 미국의 건강기능식품이에 진출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내 한약제제는 식품의약국(FDA) 분류상 건강기능식품에 포함하고 있어 반드시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선진GMP) 시설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cGMP 제조시설이 없는 곳에서 제조한 한약제제는 수입 과정에서 세관에 아예 등록이 안된다"고 밝혔다. 
 
식품으로 수출하는 경우에도 검역 단계에서 통관 자체가 불가능하며, 만에 하나 운 좋게 통관을 했더라도 클리닉에서 구매자가 없어 결국 마켓에서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KGMP(우수의약품 생산관리 기준)에서 제조한 한약제제는 cGMP 수준을 요구하는 미국 시장에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cGMP 제조시설에서 제조하지 않은 중국과 한국의 한약제제는 식품이나 개인이 사용하는 물건으로 비행기편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경로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직까지 미국 내 한의약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의 의료기관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미국에 있는 병원이나 한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한의사 인력이 있는데도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한국의 한의사를 채용할 목적으로 노동청에 복잡한 서류를 다 만들어 제출할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비자나 영주권 취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2016년 7월 15일 영문 명칭에 관한 대법원 소송을 통해 'The Association of Korean Oriental Medicine'을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AKOM)'으로 변경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한의협은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의과대학(University of Korean Medicine)·한방병원(Korean Medicine Hospital)·한의원(Korean Medicine Clinic)·한의학 학사(Bachelor of Korean Medicine)·한의학 석사(Master of Korean Medicine)·한의학 박사(Doctor of Korean Medicine, Ph.D.)·한약(Herbal Medicines) 등으로 영문 명칭을 바꿔 쓸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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