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안내철선·카테터 위치 조정없이 진입...동맥류 파열
고법, 1심 판결 취소 8061만 원 배상 판결...30% 책임 제한
뇌동맥류 환자에게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혈관벽이 파열,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에게 배상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1억 9707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나2047820)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8061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어지러움을 호소한 A씨는 2010년 3월 27일 뇌CT 촬영을 통해 중대뇌동맥 분지부의 동맥류 진단을 받은 후 4월 2일 B대학병원에 전원됐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4월 2일 양측 중대뇌동맥 분지부의 비파열성 뇌동맥류에 대한 스텐트 보조기법의 코일색전술을 시술했다.
하지만 시술하는 과정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되자 지혈제를 정맥주사하고, 풍선을 중대뇌동맥 기시부로 이동시킨 후 풍선폐색술을 반복시행하면서 미세도관을 이용, 동맥류에 코일을 삽입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우측 전두-측두-두정엽의 급성 뇌경색이 발생하자 4월 3일 우측 전두-두정-측두 감압성 두개골절제술과 경막성형술을 했으나 뇌부종이 악화돼 4월 15일 사망했다.
1심에서는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뇌동맥류 일부가 경막 및 지주막과 유착된 경우 혈관이 미세유도철사나 미세도관으로 인해 펴지면서 유착된 부분이 파열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뇌동맥류 수술은 개두술을 하거나 코일색전술을 하거나 수술 중 파열의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미세유도철사가 뇌동맥류를 파열했다거나 풍선을 부풀린 상태를 최소화하지 못해 뇌경색을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비파열 동맥류 시술 중 동맥류 파열비율이 0∼2%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면서 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미세안내철선과 미세카테터를 동맥류 내부로 깊게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위치를 조정하지 않고 미세카테터를 밀어 넣어 미세안내철선 또는 미세철선 및 미세카테터로 동맥류 벽에 자극을 주거나 힘을 가해 동맥류를 파열시킨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세카테터의 끝은 뇌혈관 안에 있지만 조정은 대퇴부에서 하기 때문에 조정에 주의해야 하고, 미세카테터가 압력을 받아 팽팽해지는 경우 조금만 움직여도 끝부분이 많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우측 중대뇌동맥 분지의 동맥류는 매끈한 둥근 모양이 아니고, 외연이 소엽성의 골곡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파열에 취약한 얇은 동맥류 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세안내철선이 S자 굴곡을 지난 후에는 탄력적으로 곧게 퍼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동맥류에 모양의 변화가 생기게 돼 파열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미세안내철선과 미세카테터가 동맥류 벽에 너무 가깝게 깊숙이 위치하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해야 함에도 그러한 위치조정없이 미세카테터를 진입시켜 미세안내철선 단독으로 또는 미세카테터와 함께 동맥류 벽에 자극을 주거나 힘을 가해 동맥류를 파열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재판부는 "미세카테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동맥류를 파열, 뇌출혈·뇌압상승·뇌 부종·급성 뇌경색을 연쇄적으로 발생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뇌동맥류는 혈관벽의 일부가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튀어나온 것으로 벽이 얇고 약해 이를 방치하는 경우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점, 뇌동맥류 수술은 개두술을 하거나 코일색전술을 하거나 동맥류 또는 혈관이 파열될 위험이 있는 점, 망인의 우측 중대뇌동맥 분지의 동맥류는 소엽성의 굴곡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얇은 벽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 1억 1572만 원의 30%(3471만 원)와 장례비 300만 원의 30%(90만 원)에 위자료(망인 2500만 원+배우자 1000만 원+자녀 각 500만 원)를 합한 8061만 원으로 정했다.
B대학병원은 대법원 상소를 포기, 판결이 확정됐다.
B대학병원은 대법원 상소를 포기, 판결이 확정됐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