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제약사 윤리규정 운영 여부에 운명 갈려
"행정처분 역시 입증근거 있어야 한다" 공감대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를 막기위해 어느정도 수준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감독했느냐'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전주 지역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16개 제약사에 대해 판매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예고하자 제약사들도 소송을 준비하며 맞대결을 벼르고 있다.
최근 행정처분 대상 통보를 받은 제약사 16곳으로 동아ST·대원제약·메디카코리아·명인제약·부광약품·삼진제약·신풍제약·알보젠·일동제약·위더스제약·JW중외제약·JW신약·제일약품·코오롱·한국파마·한미약품(가나다순) 등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제약사측은 전주지방검찰이 제약사를 불기소 처분한 점을 들어 식약처 행정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며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입증자료 불충분'을 근거로 지난 6월 16개 제약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약사법 제97조(양벌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 등을 방지하기 위한 해당 업무에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제약사를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이번 전주 지역 리베이트 사건에서 제약사가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제약사가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 같지만 식약처 역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법률 검토를 끝냈다고 밝혀 만만치 않은 대결을 예고했다.
식약처측은 행정처분은 형법만큼 까다로운 입증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독립적인 행정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행정처분의 총괄책임자인 김춘래 식약처 의약품관리과장은 "불법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사실 지나친 행정처분에 대한 문제는 제약사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미 2014년 5월 급여정지와 급여퇴출 등의 행정처분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과 시행령의 양벌규정에 대해 "리베이트 제공경위를 따지지 않는 지나친 처벌"이라며 개선을 요구했었다.
이번 식약처의 약사법 관련 규정도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양벌규정 문제와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제약바이오협회는 "회사 차원의 공정거래 준수프로그램 운용에도 직원 개인의 일탈을 막지 못하면 특정 품목이 퇴출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일단 현직판사와 의료전문변호사들은 "다퉈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
비록 형법보다는 입증 정도가 느슨하지만 리베이트가 있었다고 무조건 제약사를 행정처분할 수 없다는 견해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과 2007년 과실책임이 없는 양벌규정 적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양벌규정에 따른 기업의 처벌근거에 대해 헌재는 "선임·감독상의 과실도 없는 자에게 양벌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에 반한다"며 위헌결정했다.
문제는 형법에 대한 헌재 결정을 '행정처분에까지 적용할 수 있느냐'이다.
현직판사와 의료전문변호사들은 "행정처분 역시 불이익 효력이 있기 때문에 제약사의 관리·주의 의무 정도에 따른 판단없이 처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사정을 모를리 없는 식약처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측은 "16개 제약사마다 각각의 상황과 사정이 있었다"며 "제약사의 소명을 듣고 처분 여부를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리베이트가 건네줬던 시기는 2011년 8월부터 2015년까지로 국내 제약사가 막 공정거래 프로그램을 도입하던 때다. 공정거래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했던 제약사라면 한 번 붙어볼만 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