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국내 첫 소아 인공심장 이식술 성공

세브란스병원, 국내 첫 소아 인공심장 이식술 성공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12.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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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심장질환 환아에게 '양심실 보조장치' 이식 생명 연장 성공
다학제팀·의료기기회사 수술 지원…소아 심부전 환아 유용한 치료법 기대

ⓒ의협신문
ⓒ의협신문

희귀난치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에 대한 인공심장 이식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희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아에 대한 '양심실 보조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이식술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소아 환아들에게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수술은 소아대상, 그리고 양쪽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첫 인공심장 이식술로 국내 심장수술 분야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수술을 받은 환아는 2016년 7월생의 만 1세 남아로 출생 후 별다른 문제가 없이 지내다가 생후 3개월부터 눈에 띄게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점차 환아의 심장에 물이 고이는 심낭삼출증상이 악화되는 가운데 복수도 차오르고 간경변증 및 콩팥 기능이 저하가 동반돼 지난 8월 25일 세브란스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정밀진단 결과, 환아의 진단명은 '특발성 제한 심근병증'으로 나왔다. 이 질환은 심장의 수축과 이완을 가능케 하는 심장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굳어지는 병이다.

점차 혈액순환 저하를 일으켜 같은 순환기관인 폐는 물론 정상수준의 혈액을 받지 못한 간과 콩팥이 제 기능을 잃고 종국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현재까지 약물치료로는 조절이 안돼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환아에게 적합한 크기의 심장을 기증받기에는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심장이식이 언제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은 환아 심장기능 보존 및 다양한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집중적인 치료와 관찰을 병행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환아가 패혈증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다행히 의료진의 노력으로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의료진들은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주치의인 박영환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는 "심장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감염질환이 발생할 경우 환아의 생명을 유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고 말했다.

또 "의료진들과 수 차례 회의 결과 환아의 심장을 대체할 인공심장이식, 즉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체외형 심실보조장치 이식술에 성공한 이후 성인에 대한 인공심장 이식술 경험을 쌓아온 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이었지만, 소아에 대한 이식수술은 전혀 새로운 이식술이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소아의 경우 가슴크기가 적어, 기존 성인에게 쓰는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식되는 소아 심실보조장치에 대한 운영과 이식술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제껏 국내 심실보조장치이식술은 혈액을 온몸으로 내뿜는 좌심실의 기능을 대체하는 '좌심실 보조장치이식술'만 이뤄져 왔으나, 이번 수술은 좌우 두 개의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양심실보조장치이식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식수술이 결정되자 주치의인 박영환 교수를 중심으로 심장혈관외과 박한기·신유림 교수, 심장마취통증의학과 심재광·송종욱·소사라 교수, 소아심장과 정세용·최재영·정조원 교수 등으로 다학제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술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지난 11월 23일 오전에 이뤄진 이식수술 현장에는 한국 최초의 소아대상의 양심실보조장치이식을 지원하기 위해 심실보조장치 제조사인 독일의 의료기기 회사도 수술실 주변에 대기하며 장비의 원활한 작동과 운영을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의 철저한 준비로 수술 한 달 여를 넘긴 환아는 호흡기도 뗀 상태이고, 복수증세도 사려져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점차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신유림 교수는 "환아에게 취약한 감염질환의 효과적인 통제와 심실보조장치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중환자실에서 회복하고 있다"며 "환아의 침상 옆에 작은 놀이공간을 만들어 전담간호사가 걷기 운동과 놀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첫 소아대상의 양심실보조장치이식술에 대해 박영환 교수는 "소아심장이식은 길게는 수 년 이상의 대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양심실보조장치 이식을 통해 환아의 전신 건강을 유지시키고 성장기의 정상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향후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서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아직 심실보조장치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이 안되고 있어 이번 수술에 쓰인 양심실보조장치 구입과 운영장비 임대비용만 1억 5000여만에 달한다"며 "주변의 많은 후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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