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폐기해야"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폐기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1.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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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총액계약제 가기 위한 수순" 지적
"원점서 재논의" 요구..."회원 의견 수렴 과정 거쳐야"

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5일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2년간 의료소비자·의료공급자·보건복지부·전문가 등이 총 13차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한 안으로 일차의료기관에 실익이 많다는 입장이다. 반면, 외과계는 입원실 유지를 요구하며 권고문 합의에 반대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말 의협이 공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안) 대비표'와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가 작성한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제안'을 분석한 결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보다는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권고안인 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먼저 김윤 교수의 장기 재정적 보상(안)의 경우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예측진료비를 산출하고, 환자 실제 진료비와의 차액을 의료공급자와 공유하는 새로운 지불제도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김윤 교수가 제안한 보상안은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책임진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과 내용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ACO는 1, 2, 3차 의료를 연계하고, 장기요양서비스와 홈케어까지 통합하는 포괄적 의료체계.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ACO는 지역사회의 일차진료의사와 병원 등 다양한 의료공급자를 하나로 묶어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형태다.

ACO는 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센터)와 매년 목표 진료비를 계약하고, 실제 진료비가 목표 진료비보다 낮아 비용이 절감된 경우 절감액을 ACO 소속 의료공급자들이 나누어 가지도록 하고(인센티브), 비용이 초과했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만큼 의료공급자들로부터 비용을 갹출하는 제도(디스인센티브).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치기반 지불제도와 ACO의 도입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이 통과된다면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근거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이자 지불제도인 ACO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며 "처음에는 제도 유인을 위해 수가를 조금 인상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목표 진료비를 낮게 책정하고, 임상적인 과정과 결과 이외에도 환자가 평가한 환자만족도·환자경험조사 등의 지표를 평가함으로써 얼마든지 진료비 총액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권고안은 의료전달체계 개선보다는 총액계약제로 지불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며 "총액계약제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권고안 내용은 2011년 3월 17일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 포함된 의료기관 기능 분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선택의원제) 등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21.6%에 달하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이 2016년에는 19.5%로 추락했다"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건복지부 기본계획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전혀 억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더욱 악화됐다"면서 "2011년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 계획' 시행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가 전혀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미 실패로 드러난 카드를 다시 꺼내 권고안에 포함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일차의료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인양 포장하고 있다"면서 "2011년 기본계획과 차이점은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장치들을 권고안에 추가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협과 일부 의사회가 권고안에 숨어 있는 지불제도 개편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다.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의료계를 더욱 쇠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당국에 대해서도 "일차진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를 30% 이상 인상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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