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저용량 갈팡질팡 임상 2상 아쉬움
임상시험 설계·노하우·전문가 검토 부족
국산 첫 글로벌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올리타'가 개발중단될 처지에 놓이면서 실패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러 분석 중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쓴소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 체계적인 임상계획과 설계노하우가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우선 적지않은 의료진은 올리타 조건부 허가에 근거가 된 임상 2상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올리타 1상과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올리타의 표준용량은 하루 한 번 800mg 투여였다.
2017년 11월 '유럽종양학회(ESMO) 아시아'에서 발표된 올리타 임상 2상 최종결과 역시 하루 한 번 800mg 투여를 기준으로 했다. 조건부 허가 역시 800mg으로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미약품은 2017년 1월 식약처에 표준용량 800mg이 아닌 600mg 저용량을 기준으로 하는 임상 1상을 추가신청했다. 비소세포폐암 의료진은 임상 2상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약을 저용량으로 다시 임상 1상에 들어간 상황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상 2상을 끝내고도 결과적으로 표준용량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표준용량을 정하는 건 임상 2상 시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비소세포폐암 전문의 A교수는 16일 한미약품이 저용량 임상시험을 추가신청하자 "올리타 표준용량을 정하는 임상시험 초기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표준용량을 두고 갈팡질팡한 행보를 보인 이유는 당시 똑같은 적응증을 둔 다른 약과의 치열한 경쟁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다른 비소세폐폐암 전문가 B교수는 "올리타 개발초기 경쟁약들이 좋은 효과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발표하자 비슷한 효과를 올리타도 입증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고용량을 표준용량으로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용량이 표준용량이 되면서 이상반응률을 지나치게 끌어올렸다는 점. 한미약품이 2017년 11월 발표한 임상 2상 데이터에 따르면 올리타의 중증이상반응률(Grade3 이상)이 45%로 타그리소의 6%보다 크게 높았다. 효과를 끌어올리려다 이상반응률을 높인 전형적인 실패사례라는 지적이다.
개발과정에서 전문가와의 의견소통 과정이 미흡했다는 쓴소리도 있다.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올리타 개발 과정에서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모니터링을 받겠다는 태도보다 과정을 건너뛰고 결정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A교수 역시 "회사측의 사정으로 별다른 설명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결정돼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대호 교수와 A교수는 올리타 임상시험 초기부터 임상시험에 참여한 전문가다.
세 교수는 모두 "올리타의 임상시험 설계와 진행이 더욱 원활했다면 지금보다 좋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발중단 결정을 아쉬워했다. "신약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제약계에게는 지불해야 할 비용일 수 있는만큼 올리타의 실패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뒤따랐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