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망 증명서·보험금 수령·사망원인 통계 기초
노상엽 준법지원인협회 이사 "올바른 작성법 숙지해야"
'사망진단서'는 환자의 사망 사실에 대한 공식적인 증명이자 사망신고와 매장·화장 신고 등 법률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 사용하는 중요한 문서임에도 적지않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작성법을 알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사망원인을 기입,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상엽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원무팀)는 한국가톨릭의료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Health & Mission' 최근호에서 '사망진단서의 올바른 작성법'을 통해 부정확한 사망진단서 작성의 대표적 사례로 A대학병원에서 사망한 B농민의 사망진단서 사례를 들어 "사인이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사회적인 혼란만 초래했다"면서 "사망진단서는 특정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거나 사망원인 통계의 기초 자료가 되므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는 올바른 작성법을 토대로 정확히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A대학병원은 사망의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사망원인을 '직접사인 심폐정지(직접사인의 원인 급성신부전/급성신부전의 원인 급성경막하출혈)'에서 '직접사인 급성신부전(직접사인의 원인 패혈증/패혈증의 원인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수정했다. 아울러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발족, 바람직한 의사직업윤리를 확립하고, 의료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및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 이사는 교통사고를 둘러싼 사망진단서 문제도 진료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례로 들었다.
C환자는 교통사고로 외상이 발생,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뇌출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D주치의가 '병사'로 사망진단서를 작성·교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장례까지 치른 상속인이 교통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민원을 제기하고,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경찰까지 출동한 적이 있다"면서 "결국 다른 의사가 환자의 교통사고와 치료과정을 고려해 사망진단서를 '외인사'로 판단해 사안이 종결 처리됐지만 유사한 사례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치료기간과 관계없이 교통사고에 따른 치료과정에서 뇌출혈이 발생해 폐렴이나 장기부전과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는 '외인사'로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노 이사는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으로 판단한 경우에만 '병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 현장에서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으로 노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교육센터(http://edu.kma.org)의 '사이버연수교육'이나 통계청 홈페이지(http://kostat.go.kr)의 '올바른 사망진단서 작성방법' 등 사망진단서를 작성을 위한 교육 자료가 존재하지만 의료인들은 이 보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정적으로 취득한 정보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인식의 부족 문제를 손꼽았다.
"사람이 자연사(병사)한 경우에는 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변사 또는 외인사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과실 등 범죄 혐의 여부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고 시체를 인도 받아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설명한 노 이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에게는 변사의 경우 신고 의무가 있고, 위반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로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원인을 부정확하게 기재하는 문제도 짚었다.
대한의사협회가 2015년 3월 발행한 <진단서 작성·교부 지침>에는 "사망원인으로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 있지만 심장마비·심장정지·호흡부전·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mode of death)은 기록할 수 없다"면서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불상(不詳)' 또는 '알 수 없음(unknown)'으로 기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즉 심폐정지·호흡정지·심장정지·심장마비·호흡부전·뇌압상승·부정맥 등 사망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직접사인'으로 적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의료인이 이 같은 지침을 벗어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 이사는 "만일 타인의 폭행이나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는 가해자나 가해자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치료 과정에서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병사'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상대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사망진단서를 정확하게 작성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사망진단서 작성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의료인이 사망진단서의 올바른 작성법을 숙지하지 못하거나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발생하는 행정처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노 이사는 "의료기관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는 전담 직원들도 법률 지식을 잘 숙지해 민원이나 분쟁으로 인한 법적 위험을 제거하고, 의료인에 대한 적절한 조언으로 준법지원 임무를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법률 문제와 분쟁에 대비하고, 준법 경영을 지원함으로써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12년 병원준법지원인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수료생들과 대학병원법무협의회는 2015년 3월 대한준법지원인협회(문의 seokkwanj@gmail.com)를 창립, 준법지원을 위한 교육과 법률 위험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