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의사면허 취소 여부 판단, 자격 없다"

"공무원이 의사면허 취소 여부 판단, 자격 없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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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국회 토론회서 주장..."면허 징계권 의협으로 이관해야"
법률전문가·소비자단체 "의사 징계 강화 필요" 주장...복지부 "신중히 검토"

2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대한변호사협회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의사면허 규제 권한을 비전문가인 공무원에서 대한의사협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의협신문
2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대한변호사협회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40대 의협 집행부 부회장)은 의사면허 규제 권한을 비전문가인 공무원에서 대한의사협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의협신문

의료의 비전문가인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의사의 면허 정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을 대한의사협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과실을 정부 부처가 아닌 의료 전문가 단체가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2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대한변호사협회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심포지엄'에서 의사 면허 정지 권한을 의협으로 이관해야 하며, 그런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현택 회장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달리 의협은 의료사고 등 문제를 일으킨 의사 면허 자격정지 등 징계 권한이 없다"며, "의료 비전문가인, 의료 지식이 미천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이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공무원은 의료행위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 능력이 없다. 그래서 처벌이 자의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는 법무부 사무관이 변호사를 징계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터지니 의사를 잡는 법안만 만드는데, 그런 법들이 과연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앞으로 만 2년이 지나기 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서 무수히 많은 미숙아가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을 죽게 만드는 사람은 의료현장을 모르고 문제만 생기면 무조건 의사를 처벌하라는 법만 만드는 국회의원들이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는 의료사고 등 문제가 되는 의사의 징계권을 줘야 한다는 취지가 모인 것으로 이해된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매우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 소비자 단체 인사 등은 모두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호균 변호사 (법률사무소 히포크라)는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국가공무원, 사립학교 임원 등 대부분 전문직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으면 종류를 불문하고 등록이 취소되거나 일정한 자격에 대한 제재가 예정돼 있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 역시 면허 취소 또는 정지를 해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논리를 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의사의 경우, 국민 모두가 온전히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도 어떠한 형벌을 받더라도 자격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고, 의료행위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서, "의사가 의도적으로 환자를 살해하더라도 현행법하에서 의사의 자격 규제를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같은 법적 공백 상태에 계속 눈을 감는 것은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윤리적이지 못한 의료인에게 생명과 건강이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맡길 수 없다"며, 의료법 제8조의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를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행 필수적 면허 취소보다 완화된 임의적 면허 취소로 동시에 개정함으로써, 운용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의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강현철 변호사(법률사무소 공명)는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사람을 사망하게 해도 면허가 유지되고, 사체를 유기하고 달아났다가 붙잡혀도 의사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성범죄자도 아무런 제약 없이 의사가 될 수 있고 심지어 강간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개인적 윤리가 아닌, 직업적 윤리"라며 "의료인은 단순한 자영업자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전문직으로, 개인의 건강과 공공의 보건복지에 꼭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에 의료인에게는 의료의 독점권이 보장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은 의사윤리 강령 및 의사윤리지침을 통해 의료인에게도 수용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전문직의 경우 형사범으로 집행유예, 선고유예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규정이다. 의료법에도 의사면허 결격 사유 및 등록 취소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다른 전문직보다 오히려 더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전문직처럼 형사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의 결격사유나 면허의 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나아가 "환자 또는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병의원을 선택하거나 진료 의사를 선택할 경우, 면허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의사의 병력정보나 형사범죄 관련 정보를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이력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사면허 규제권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먼저 "이번 토론회 발제와 토론이 주로 법조계 인사들에 의해 진행됐다며, 당사자인 의료인 입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이 문제에 대해 결론지어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의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한 번 이뤄진 의료행위의 부작용에 대해 돌이킬 수 없고,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특수성 때문에 기본적 소양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에 많이 공감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료법 제8조 4호의 경우에는 처벌과 처분 간의 관련성을 깊게 여기고 있다. 이번 토론회 제안처럼 연계를 강하게 보기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나 위상, 존경 등을 고려해서 연관성을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에 따라 법 개정 공론화 방향이 달라질 것"라고 말했다.

특히 "때에 따라 의료법 8조 4호를 아예 변호사법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 하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업무적 연관성 있는 개별 조항을 넣자는 주장도 있다"면서 "의협이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으나, 단계적으로 그런 부분에 공감한다면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규제를 강하게 했을 때 위험성이 강한 과목과 좀 적은 과목이 있을 텐데, 이런 규제로 인해 위험성의 경중에 따라 전문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온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법 개정 시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을 보면, 소비자연대 등이 문제가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지 않을 수 있는 차단 효과도 있을 것이고,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거론된 고 신해철 집도의 같은 경우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극 진료, 방어 진료, 특정 진료과목 기피현상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토론회에서 주로 예를 든 범죄의 종류가 살인, 강도, 강간 등이다. 이는 일반인 법 감정으로 보면 충분히 공감될 것"이라며 "어떻게 그런 중범죄를 범하고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 실형 선고를 받은 의사에게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생각할 텐데, 범죄 종류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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